우리 정부가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열릴 한중일 정상회의 계기 한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공식화하면서 양국 최대 현안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해법 마련의 전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을 공식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 및 질의응답을 통해 한중일 정상회의를 언급하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그 기회에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일본 측은 그동안 여러 계기에 한일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혀 왔지만, 우리 정부는 대외적으로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아 있다.
한일 정상의 만남이 한일 관계의 실질적 개선으로 이어져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과거사 핵심 현안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진전이 있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중일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일본 정상과 양자회담을 피해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본 측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최대한 이끌어내려는 우리 정부의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이 이날 한일 정상회담 의향을 시사하면서 위안부 문제에 진전을 촉구한 것 또한 일본에 대한 막판 압박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양국 간에 중요한 현안이 된, 예를 들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한도 좀 풀어 드리고, 우리 국민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이 문제도 어떤 진전이 있게 된다면 의미있는 정상회담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관건은 취임 후 첫 방한하는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얼마만큼의 ‘성의’를 보이느냐다.
한일 양국은 그동안 9차례의 국장급 협의를 통해 상당히 의견 접근을 이뤘지만, 핵심 미결 쟁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견해차가 팽팽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안부 동원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인정과 피해자에 대한 재정 지원 명목, 위안부 문제의 ‘최종 해결’을 보증하라는 일본 측의 요구 등이 마지막까지 까다로운 쟁점으로 남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를 풀어나가려면 실무선에서의 교섭보다 양국 지도부의 ‘결단’이 필요한 국면이 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한일 정상의 만남에 더욱 중요한 의미가 있는 이유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최근 한 방송에서 위안부 협상에 대해 “지금 단계는 약간 서 있는 시점”이라면서 “병목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추가 협의가 있게 되면 속도가 빨라질 수 있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 것도 이런 상황을 뒷받침한다는 분석이다.
우리 정부는 반(反)인도적 불법행위인 위안부 동원에 대해 일본의 국가적 책임이 존재한다는 입장이나, 일본은 위안부 문제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아베 총리가 지난 4월 방미 당시 ‘가해의 주체’를 생략한 채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 피해자라는 표현을 쓰며 “개인적으로 가슴 아프다”고 말한 것보다 진전된 인식을 이번 방한 때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창수 세종연구소장은 이날 한 매체에 “문제는 법적 책임을 어떻게 명확히 하느냐”라며 “일본 측은 정부의 자금으로 (재정지원을) 할 수 있으려면 위안부 소녀상을 철거해야 한다고 할텐데 (우리) 국내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라고 진단했다.
한일 정상의 만남을 앞두고 양측은 막판까지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한중일 정상회의 전에 사전조율차 국장급 채널 등을 가동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있으나, 일본 측 국장급 협의 대표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의 교체 등
진창수 소장은 이날 한 포럼에서 “일본 측은 한국에게 교섭을 통해 얻을 게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며 “지금부터 사전협의를 좀더 충실히 해야 한다. 정부가 좀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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