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님, 내가 내 차로 북으로 보내줄게. 그러니 오늘은 우리 같이 서울가자”
65년이 넘는 기다림 끝에 2박3일간 꿈같은 만남을 가졌던 제20차 이산가족 1진 상봉단은 22일 금강산에서 다시 기약없는 이별을 아파하며 울고 발버둥쳤다. 이날 남과 북의 이산가족들은 오전 9시(이하 평양시간)부터 2시간 동안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마지막 애타는 정을 나눴다. 이산가족들은 작별상봉에서 조금이라도 서로의 모습을 눈에 담아두기 위해 눈물로 범벅된 얼굴을 어루만지며 잡은 손을 놓지 못했다. 우리 측 가족들은 북측 식구들의 모습을 잊지 않기 위해 연신 사진을 찍기도 했다.
북녘의 누나 박룡순 씨(82)를 만난 남측 동생 용득 씨(81)는 살아서 다시 만나지 못할지도 모를 누나를 붙잡고 “같이 서울가자”며 눈시울을 붉혔다. 용득 씨는 누나 룡순 씨의 북측 아들인 송철환 씨(55)가 “통일되면 만날 수 있어요”라고 말하자 “내 가족 우리 집 데려오겠다는데 왜 안되냐!”며 울분을 토했다.
역시 65년만에 북측 아버지 오인세 씨(83)를 만난 남측 아들 장균 씨(65)는 부인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신발을 가지런히 벗고 아버지에게 마지막 큰 절을 올렸다. 북녘에 남을 아버지는 이 모습을 보면서 아랫턱을 덜덜 떨면서 눈물을 흘리다가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야속하게 돌아가던 시곗바늘이 작별상봉 종료시간인 11시를 가리키자 북측 가족들은 눈물자국이 말라붙은 얼굴로 힘겹게 상봉장을 나서 버스에 올랐다. 우리 측의 한 이산가족은 북측 오빠가 탄 버스를 찾지 못해 발버둥치면서 “오빠 어디갔어!”고 울부짖었다. 남측 가족들은 “건강해래이” “사랑해”라며 버스 창문을 두드리거나 창문을 사이에 두고 손바닥을 마주대며 굵은 눈물을 떨궜다. 이들은 북측 지원인력이 ‘감기 걸린다’며 버스 창문을 닫아도 계속 창문을 열어 더욱 힘껏 손을 잡았다. 우리측 상봉단은 이날 오후 1시 30분쯤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뒤로 한 채 금강산을 떠나 강원도 속초로 돌아왔다.
한편 이산가족 상봉 2진 행
[금강산 공동취재단 / 서울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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