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중 세 나라 정상이 내달 1일 서울에서 3년여 만에 3국 정상회의를 갖고 그동안 쌓아놓았던 동북아 현안에 대해 머리를 맞댄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한·일·중 정상회의를 계기로 리커창 중국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연쇄적으로 한·중,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해 난제를 풀어낼 실마리를 모색한다. 매일경제신문은 3국 정상회담에 앞서 세 나라 정상간 만남에서 주목할 포인트 네 가지를 짚어봤다.
◆한·일, 정상회담 후 점심은 따로
내달 2일 정상회담을 갖는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오전에 딱 30분 회담을 가진 뒤 점심식사를 따로 할 예정이다. 아베 총리가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이상하게 보일 수 있는 대목이다. 이같은 모양새는 과거사·재무장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불편한 양국관계가 정상외교의 공식적 의전 절차에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일단 리 총리와 아베 총리는 각각 다른 형식으로 한국을 방문하게 된다. 정부 관계자는 “리 총리는 공식방문(Official Visit) 형식으로 한국을 방문해 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이어 한·일·중 정상회의에 참석하지만 일본 측과는 (형식과 관련해) 특별한 논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아베 총리의 경우에는 방문 형식상 정형화된 정상외교에 해당되지 않아 오·만찬 등 세부일정은 그야말로 ‘선택’ 사항이다. 이번 한·일 정상의 만남이 회담 테이블에서 식탁으로 이어지지 않게 된 것은 두 나라 모두 ‘아직 밥상머리에 앉아 오붓하게 식사를 할 상황은 아니다’는 정무적 판단의 결과물인 셈이다.
◆왜 ‘한·중·일’ 아닌 ‘한·일·중’ 정상회담?
사회적으로 널리 쓰이는 표현은 물론 한·중·일이지만 이번 회의의 공식 명칭은 ‘한·일·중 정상회의’다. 국내 언론에서는 두 가지 표현을 혼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의 한·일·중 정상회의 기획단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처음에는 한·중·일 명칭을 사용하다가 최종적으로 한·일·중 순서를 가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국가수반인 아베 총리가 방한하지만 중국에서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아닌 리커창 총리가 오기 때문에 참석 인사의 ‘급’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에서 중국보다 일본을 먼저 표기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외교부 동북아국 역시 1과는 일본을, 2과는 중국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 한·일관계 개선, 한·미·일 협력구도를 염두에 두고 이번 3국 정상회의에서 중국보다 일본을 먼저 표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中, 시진핑 대신 리커창 오는 이유
중국은 지난 2008년 12월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첫 한·일·중 정상회의때부터 국가주석이 아닌 총리를 참석시키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그동안 5차례 개최됐던 정상회의에 원자바오 당시 총리가 참여했다. 이는 곧 3국 정상회담과 한·중·일 협력구도에 대한 중국의 관점을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중국은 통상 정치·안보 분야 다자간 협의체에는 시 주석이, 경제·사회문화 협력과 관련된 정상급 국제회의에는 리 총리가 참석하는 식의 ‘역할분담’을 보여주고 있다. 공산주의권 국가들은 주석·국방위원장 등이 대외적으로 안보와 통치 분야를 담당하고 총리가 경제분야 등 연성외교를 담당하는 업무분장을 채택하고 있는 곳이 많다. 북한 역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국방위원회를 담당하고 경제문제는 박봉주 내각 총리가 담당하고 있다.
◆朴-아베, 위안부·日집단자위권 논의 강도
내달 2일 개최될 한·일 정상회담은 30분간 진행된다. 반면 과거사·위안부 문제, 일본의 집단자위권, 북핵문제 등 수년 동안 쌓아놓은 의제들은 산더미다. 우리 측은 짚을 게 많고 일본 측은 덮을 게 많은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을 통해 양측 정상이 성과에 집착하기 보다는 손상된 양국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는 ‘이정표’ 놓기를 목표로 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조언한다. 다만 핵심현안에 대해 굳이 말을 돌려서 하지 않는 박 대통령의 스타일을 감안하면 위안부 문제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 문제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이 북핵문제와 한·미·일 안보협력 등을 고려해 일본의 재무장에 대한 우리 측 우려를 분명히 말하되 수위를 조절할 수도 있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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