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파행을 거듭하는 가운데 여야 의원들이 앞다퉈 지역구 민원을 쏟아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지난 28~30일까지 사흘간 열린 예결위 종합 정책질의에서 의원들은 역사교과서 예비비 문제로 언쟁을 벌이는 중간중간 지역구 민원성 질의를 빼놓지 않았다. 정부가 편성해온 내년 예산을 제대로 심사할 시간도 모자란 상황에서 자기 지역구만 챙기는 ‘구태’가 반복되고 있다.
한기호 새누리당 의원(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은 지난 29일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수도권이 생활용수를 절약하지 않는 것은 강원도 상류 지역에서 팔당으로 물을 보내주기 때문”이라며 “이 때문에 상류지역은 빙어 축제, 산천어 축제도 작년과 올해 모두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로 인한 소득 500억원은 누가 보전해주나. 댐을 더 만들어 용수를 공급하고 대책을 확실하게 세워야 한다”며 “정부가 눈감고 있는데 강원도 사람들 순하다고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또 동서고속화철도에 대해서는 “30년째 립서비스만 하고 있다”며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가 가능하냐”고 묻기도 했다. 동서고속화철도 사업은 춘천~속초간(92.8Km) 철도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강원도 현안 사업이다.
30일 박명재 새누리당 의원(경북 포항남구·울릉)은 “영일만항 철도건설사업이 2017년 완공 계획인데 나진 하산 프로젝트의 중요한 사업구간”이라며 “2017년까지 완공을 위해 사업비 873억원을 요구했는데 반밖에 안된다. 이래서 완공이 가능하겠냐”고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을 질타했다.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는 비례대표 의원들도 빠지지 않았다. 수원갑 출마를 준비중인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8일 “인덕원~수원 복선전철 신설사업은 수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으로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며 “유일호 장관에게 책임있는 답변을 받아야 하니 나중에 시간을 1분 더 달라”고 요구했다. 질문 당시 유 장관이 자리를 비우자 별도로 질의 시간을 요구한 것이다.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수원병)은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농촌진흥청이 수원을 떠나 전주로 이전했는데 이전한 부지에 ‘농어업 역사전시 체험관 ’을 짓자는 계획이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예산 증액을 관계부처와 협의해 달라”고 요구했다.
자신의 지역구로 정부기관 이전을 신속하게 해달라는 민원성 질의도 있었다. 김관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전북 군산)은 유일호 장관에게 “전 국토부 장관이 새만금개발청을 세종시에 설립하면서 이후에 새만금 현장으로 청사를 이전하겠다고 한 바 있다”며 “청사를 이전하려면 예산이 필요하다. 5억원을 신청하겠다는데 꼭 반영해달라”고 최경환 경제부총리에게 요구했다.
김한표 새누리당 의원(경남 거제)도 예비타당성 조사와 관련해 민원을 넣었다. 김 의원은 최 부총리에게 “남부내륙 고속철도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사업인데 예비타당성 조사는 지방엔 불리한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도 예결위 전체회의는 교과서 예비비 문제로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 정부가 관례상 안된다며 예비비 내역 공개를 끝내 거부하자 김영록 새정치연합 의원은 “정부 3.0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메르스 지원 예비비, 역외소득 자진신고 관련 예비비 자료가 공개돼
이에 대해 최 부총리는 “예비비는 행정부가 자체적으로 국민한테 널리 알릴 필요가 있어 임의적으로 (공개)하는 부분 이외엔 한번도 국회에 제출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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