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선거구 획정 합의에 한발자국도 못나서고 있는 가운데 부산 사상구, 경남 김해 등을 비롯한 ‘낙동강벨트’에서는 이미 전운이 감돌고 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정치신인들이 대거 얼굴을 내밀고 있는 데다가 강한 야권 성향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향력, 분구가능성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해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역의원 불출마로 총선 분위기가 달아오른 곳은 부산 사상구와 경남 김해을이 대표적이다. 야당은 지난 총선에서 낙동강벨트 전략적 요충지였던 사상구에 기자 출신인 배재정 의원(비례대표)을 문 대표에 이어 지역위원장으로 앉히고 전세 역전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여권에서는 지난 총선에서 정치 거물인 문 대표를 상대로 선전한 손수조 새누리당 사상구 당협위원장을 내세워 ‘여(女)여(女)’ 구도를 이끌어낼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치뤄진 10·28 재보궐선거에서 손 위원장은 만삭의 몸을 이끌고 유세지원에 나서 문 대표의 지역구내 기초의원 자리를 뺏어온 점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손 위원장은 “얼마전까지 재보궐하고 이제 좀 한숨 돌리고 있다”며 “출산 이후 예비후보 등록하고 다음달부터 선거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전의를 불태웠다. 손 위원장 외에도 이 지역에서 국회 뺏지를 달았던 권철현 전 의원, 장제원 전 의원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해을 지역은 봉하마을이라는 상징성과 현역인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의 불출마로 여야간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
지난 총선에서 김 의원은 ‘노 전 대통령 마지막 비서관’으로 불리는 김경수 새정치민주연합 경남도당 위원장을 5000여표 차이로 따돌리고 재선에 성공한 바 있다. 여권에서는 김 의원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천하장사 출신의 이만기 새누리당 김해을 당협위원장을 낙점했으며 야권에서는 김경수 위원장이 유력한 가운데 최근에는 노 전 대통령의 아들인 노건호씨의 이름도 지역정가에 나돌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이번 선거에서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사다. 문 대표를 향한 부산 지역 차출론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사실상 야권 현역의원들이 얼마나 살아돌아오느냐에 따라 낙동강벨트의 전운이 결정될 전망이다.
일단 부산 사하을에서 내리 3선을 지낸 조경태 의원은 ‘문 대표 사퇴론’을 제기하며 당내 고위지도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지만 부산경남(PK) 지역에서만큼은 야당의 보석같은 존재다. 여권에서는 조 의원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석동현 전 부산지검장, 새누리당 당협위원장 공모에 신청한 최봉홍 의원(비례대표)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역대 총선에서 새누리당과 한번씩 주고받으며 의석을 확보한 김해갑 지역은 현역인 민홍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재선에 도전하며 여권에서는 김문희 전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 박영진 전 경남지방경찰청장 등이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양산시는 분구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선거구를 둘러싼 후보자들간 ‘눈치싸움’이 한창이다. 양산시는 부산 등 인근지역에서 인구가 유입돼 최근 인구 3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총선에서 윤영석 새누리당 의원이 송인배 새정치민주연합 양산지역위원장을 4000여표 차이로 승리한 바 있다. 그러나 가촌지구 등 신도시에 30~40대 중년층 약 3만명가량이 유입된 것으로 지역정가는 보고 이들의 표심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여권에서는 현역인 윤영석 새누리당 의원 외에도 ‘40대 지역 토박이’론을 내세우는 김성훈 전 보좌관, 강태현 변호사, 김효훈 전 총리실 행정관 등 정치신인들이 밑바닥을 훑고 있다. 야권에서는 송인배 새정치민주연합 양산지역 위원장, 김일권 전 양산시의회 의장 등이 거론된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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