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또 한번 한 편의 ‘블랙 코메디’같은 장면이 펼쳐졌다. 국회의원이 자기 지역구 예산을 앞장 서 깎자고 나선 것이다. 어찌된 영문일까.
지난 20일 국유재산 관리기금을 심사하던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에서 부산소년분류심사원 예산은 전액 삭감될 처지가 됐다. 예결위 전문위원이 “주민들의 박탈감이 심해 전액 감액하자는 의견이 있다”고 보고하자 정부 측은 “꼭 원안대로 해달라”고 맞섰다. 애초 정부는 부산소년분류심사원 신축 비용으로 올해 배정됐던 25억원에 이어 내년 예산안에 30억원을 책정했다.
그러자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부산 진구갑)은 “김도읍 의원 지역구인데 주민설명회를 개최하지 않아 난리가 났다”며 “올해 예산도 전액 불용 예정이라 내년 예산도 삭감해달라는 게 그 지역 국회의원의 강력한 요청”이라고 주장했다.
이상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시간끌지 말고 해야 된다고 본다”며 “소년들을 빨리 계도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반대 목소리를 냈다. 그러자 나 의원은 “김 의원이 내건 공약에 치명적인 부분”이라며 “한사람 생명이 달린 부분이니 적어도 내년 선거가 끝나고 하자”고 읍소했다. 결국 김재경 예결위원장은 ‘보류’ 결정을 내렸다. 나 의원은 부산을 대표해 예산조정소위 위원으로 들어간만큼 지역 동료의원의 민원을 대신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부산소년원은 열악한 시설 문제로 지난 2013년 원생 난동사건이 발생했다. 그러자 정부가 김 의원 지역구(부산 북구강서구을) 내에 소년분류심사원 신축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말 황교안 총리(당시 법무부장관)는 “부산소년원에 소년분류심사원을 신축하는 예산을 확보해 2017년까지 차질없이 건립할 계획”이라며 “현재 한 방에 18명 정도가 생활하고 있으나, 앞으로 4인 1실로 만들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는 비단 부산뿐 아니라 서울북부보호관찰소 청사 매입(45억원), 전주소년원 신축(40억원), 영덕보호관찰지소 이전 신축(23억원) 등도 요구했지만 부산만 제동이 걸렸다. 경기 부천과 경남 거창의 보호관찰지소는 지역민원으로 정부가 내년 예산에서 제외했다.
국회의원이 ‘내 뒷마당에는 안 된다’는 ‘님비(NIMBY)’ 현상에 편승한다는 비판에 대해 김도읍 의원 측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우리 지역에는 이미 부산교도소와 보호관찰소가 있다”며 “그런데 굳이 부산소년분류심사원을 또 짓겠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 관계자는 “부산구치소까지 부산 지역에 총 세 개의 교정 시설이 있는데, 그 중 두 개가 이미 우리 지역구에 있다”면서 “지역 내 반대도 심한데 법무부는 우리에게 한마디도 안하고 군사작전 하듯이 추진했다”고 말했다.
앞서 예결위는 전례없는 증원 문제로 예산심사소위를 일주일 지각 개회해 부실심사 논란에 휘말렸다. 또 여론 비난에 밀려 증원을 포기하고도 순번제로 의원을 투입하겠다는 야당의 ‘인간쪽지’ 전략으로 비아냥을 사기도 했다. 기획재정부도 예결위 소속 의원들에게만 꼭 증액할 예산 항목을 따로 보내달라며 사실상 ‘쪽지 예산’을 자청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국회 각 상임위에서 예결위에 예산을 더 배정해달라고 요구한 사업이 3000여 건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본격적인 증액심사에 돌입한 예결위에 무려 8조~ 9조원에 달하는 ‘
이 밖에도 예결위 감액 심사에선 새마을운동과 통일 관련 예산도 줄줄이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 1차 감액 심사에서 보류된 안건은 예결위 소위원회로 넘어갔다.
[신헌철 기자 / 김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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