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에 필요한 21개 기술 항목에 대한 미국 정부의 수출 승인이 이달 중 날 것’이라고 했던 방위사업청의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미측은 우리 정부가 요청한 21개 기술 항목에 대해 ‘한국이 원하는 기술을 좀 더 분명하게 세분화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밝혀져 미측의 수출승인 여부에 대한 결정이 내년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24일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의 기술담당 이사 등 관계자 4명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방위사업청을 방문해 KF-X 개발과 관련해 우리 정부가 요청한 21개 기술 항목에 대해 협의했다”고 밝혔다.
또 미국측 관계자들이 우리 정부에 “21개 기술 항목을 두루뭉술하게 요구하지 말고 한국 정부가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를 구체적으로 세분화해 달라고 말했다”고 이 소식통은 설명했다.
방사청은 KF-X 개발에 필요한 4개 부문의 체계통합기술을 미측에 요구했다가 거절당하고 나서 국회 국방위 보고와 언론설명회 등을 통해 수차례 ‘21개 기술 항목을 추가로 요구했으며 11월 중 이에 대한 승인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혀왔다.
하지만, 21개 기술 항목은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수백 개의 기술로 나뉘는데 이 기술 중 우리가 필요한 기술을 식별하고 협의하는 데만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이달 중 21개 항목에 대한 미국 정부의 수출 승인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혀왔던 방사청의 입장은 또 바뀌게 됐다.
이에 따라 방사청은 오는 30일께 방사청 고위관계자를 단장으로 하는 협상단을 미국에 파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단은 미국의 방산기술통제본부(DTSA)와 록히드마틴 관계자들과 만나 21개 항목 중 우리 정부가 필요로 하는 구체적인 기술 항목을 제시할 계획이다.
정부 소식통은 “21개 기술 항목 가운데 우리가 필요로 하는 세부 기술을 식별해 미측에 제시할 것”이라면서 “구체화된 기술에 대해 미측과 TAA(기술지원합의서)를 체결할 때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소식통은 “우리가 요구하는 기술을 세분화했다고 하더라도 미측은 이들 기술 하나하나에 대해 수출 승인할지를 국가별로 기준을 달리 정하고 있다”면서 “어떤 기술은 협의하는 데만 90일 이상이 소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21개 기술 항목에 대한 미국 정부의 수출 승인 여부는 내년 상반기에나 판가름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우리 정부가 요구하는 수백 개의 세부 기술 중 미측이 수출 승인을 거부하는 기술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쌍발엔진 체계통합’ 기술과 ‘세미 스텔스’ 기술을 미측이 수출 승인을 거부했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이에 방사청은 “미 정부가 최근 일부 특정기술에 대해서 거부 입장을 통보하였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록히드마틴사와 추가 협의를 통해 기술이전 내용을 구체화할 것이며, 미 정부와도 신속한 진행을 위해 협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방사청의 한 관계자는 “21개 항목은 단순하게 21개가 아니라 그 내용에는 수십 개에서 많게는 100개가 넘어가는 항목도 있고, 기술자료들이 300개가 넘어가는 항목들이 있다”면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 애초 합의됐던 내용들을 확인하고, 그 내용들의 범위를 확정하고,
다른 관계자는 “이번에 미국 측과 만나 21개 기술 항목에 대한 협의가 가속화되도록 요청할 것”이라며 “현 단계에서 미국이 줄 것이다 말 것이다라고 예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