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영삼(YS)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내란죄로 처벌받았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재헌씨가 25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YS의 빈소를 찾았다.
재헌씨는 이날 오전 조문하며 “이 나라의 대통령이셨고 특히 한때는 아버님과 같이 국정을 같이 운영하셔서 조의를 드리는 게 당연한 도의”라며 “거동하시기 힘든 부친의 뜻을 전하러 왔다”고 말했다. 재헌씨는 방명록에 별다른 글귀를 적지 않고 이름만 썼고 김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에게 위로를 전했다. 재헌씨가 상주 현철씨의 손을 맞잡으며 20년간 쌓였던 앙금이 다소 풀리는 모습이었다.
재헌씨는 노 전 대통령이 전한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정중하게 조의를 표하라고 뜻을 전했다”며 다만 문민정부에서 고초를 겪은 것과 관련해서는 “그런 말씀은 딱히 없으셨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전립선암 수술을 받은 뒤 10년 넘게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투병중이다. 현재 정상적인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것으로 알려졌으며 부인 김옥숙 여사의 간호를 받고 있다고 한다.
재계 인사의 조문도 이어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권오준 포스코 회장, 최상순 한화그룹 부회장 등이 다녀갔다. 권 회장은 기자들에게 “민주화 뿐 아니라 경제 발전에도 기여하신 분이라 뭐라고 애도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메이저 리거 출신 박찬호 선수도 빈소에 들러 눈길을 끌었다. 박찬호 선수는 “김영삼 대통령이 저와 부모님을 청와대로 초청해 국민에게 사랑 받는 선수로 성장하라고 큰 마음으로 조언해 주셨다”며 김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회상했다.
이날 빈소를 찾은 파비앙 페논 주한 프랑스 대사는 방명록에 “프랑스는 친구이자 중요한 민주주의자를 잃었다. 프랑스 정부는 김 대통령의 가족과 친지들에게 삼가 조의를 표한다”고 적었다. 임정규 전 수자원공사 사장은 페논 대사를 배웅한 뒤 “페논 대사가 김 대통령이 한국 민주화에 많은 기여를 했다는 걸 알고 존경했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말했다.
나흘째를 맞는 빈소에는 고인을 추억하는 발걸음이 계속 됐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날 오후까지 2만5500여명이 빈소를 다녀갔다. 30년 동안 YS와 이웃으로
[노승환 기자 /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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