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지난 3일 사법시험 폐지 4년 유예(2021년까지 실시) 방침을 발표하면서 이제 사시 존치 문제의 키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쥐게 됐다. 사시 존치 관련 법안들이 법사위원회에 계류중이어서 사실상 존치 여부의 결정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사위원 중 절반은여전히 사시 존치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매일경제가 4일 법사위원 16명 전원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입장 유보‘가 8명, ‘사법시험 폐지 유예’ 찬성이 4명, ‘사법시험 존치’ 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적으로 사시를 현행 법규정대로 2017년부터 폐지하자는 입장은 없기 때문에, 즉각적인 폐지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유보 의견이 많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사회적 갈등 상황을 조속히 해결하기 위한 해법을 내놔야 할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사시 존치 관련 법안이 계류중인 법사위 법안1소위가 4일 열렸지만 시급한 사법시험 문제는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이처럼 정치권이 이 문제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은 사시 존치 주장과 폐지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들의 규모를 보면 사시 존치 입장보다 폐지 입장의 숫자가 더 많다. 사시 존치의 경우 일부 고시촌과 고시생 등 직접 이해관계자가 비교적 협소하지만, 폐지 입장 진영은 전국에 산재해 있는 로스쿨과 소속 대학, 재학생 등으로 폭이 넓고 관련 조직도 정비돼 있다. 그러나 일반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80% 이상이 사시 존치에 찬성하는 것으로 돼 있다. 국회의원들이 직접 이해관계가 없는 일반 국민 여론과 직접 이해당사자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유보적 입장을 나타낸 이춘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이 문제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정치문제가 됐다”면서 “상임위 논의에서 입장을 밝히겠지만 공개적으로 밝히면 찬반 양측에서 테러 수준의 압박을 가하기 때문에 지금은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소신을 밝힌 의원들 가운데는 폐지를 유예하자는 법무부 의견에 공감하는 의견과 아예 영구적인 사시존치로 가야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사시 존치 법안을 대표발의한 노철래 의원은 “2021년까지 두 제도를 운영해보고 그 때 두 제도 중 하나를 국민들에게 선택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법무부가 사시 폐지를 4년간 유예한 것은 논란이 있는 사안을 다음 정권에 떠넘기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면서 “차라리 로스쿨 보완책으로서 연 200명 선발 규모의 사시를 존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폐지 유예를 주장하는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제 로스쿨은 법조인 다양화를 위한 수단으로서 한국 사회에 정착되고 있다”면서 “소수이기는 하지만 사법시험을 준비했던 사람들에게 기회를 좀 더 주기 위해 한시적으로 존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은 “일도양단식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로스쿨에 문제가 있는 만큼 당장 사시를 폐지하기보다는 유예해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법사위는 다음 주나 12월 임시국회에서 법안들을 본격적으로 심의할 예정이다. 국회에는 이미 사시 존치 내용을 담은 변호사시험법이 다수 발의돼있지만 내용은 조금씩 다르다.
함진규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변호사시험법은 사시를 존치하는 한편 로스쿨 재학·휴학·졸업생도 사시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법으로는 로스쿨 학생은 사시에 응시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시가 존치될 경우 로스쿨 학생에 대한 제한을 풀어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오신환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법은 사시 존치와 함께 로스쿨 졸업생의 경우 졸업 후 5년간 사시 응시를 제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와 함께 고시 낭인을 막기 위해 사법시험법법 개정안도 함께 발의해 누구
박영선 새정치연합 의원이 발의한 법은 사시는 폐지하는 대신 변호사예비시험을 도입해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더라도 예비시험에 합격하고 대체법학교육과정을 이수하면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승철 기자 /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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