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는 역대 가장 많은 법안이 발의됐지만 실제 본회의 문턱을 넘은 법안 수 비율(가결률)은 가장 낮은 '최악의 성적표'를 받게 됐습니다.
야당의 동의 없이는 쟁점법안을 처리할 수 없는 이른바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협상 여건이 어려워진 측면도 있지만, 어렵사리 도출한 합의마저도 손바닥 뒤집듯 어기는 여야 지도부의 태도 역시 19대 국회 '입법 흉작'의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가 끝나는 9일 오전까지 19대 국회 들어 발의된 법안 수는 1만7천222건으로 집계됐습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실제 본회의에서 가결된 법안 수(대안 법률 반영 사례 포함)는 5천449건으로 가결률이 31.6%에 그쳤습니다.
30%대에 머무는 가결률은 역대 국회와 비교해볼 때 최악의 수준입니다.
18대 국회에서는 총 1만3천913건의 법안이 발의돼 이중 6천178건이 입법화돼 가결률이 44.4%였고, 17대 국회 때는 발의 법안 총 7천489건 가운데 3천775건이 본회의서 가결돼 가결률이 50.4%였습니다.
앞서 16대(62.9%)와 15대(73.0%), 14대(80.7%) 국회의 가결률은 60∼80%대에 달합니다.
19대 국회는 여야 간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 양당 지도부가 마치 '치킨게임'을 하듯 버티며 입법의 의무를 극단적으로 방기하기도 했습니다.
일례로 세월호 참사 이후인 작년 5월 2일 이후 9월 29일까지 여야 간 대치로 150일간 국회 본회의에서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되지 않은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또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법 개정 등을 둘러싼 여야 간 이견으로 지난 2013년 9월 국회부터 2014년 4월까지 8개월간 '입법제로'라는 불명예를 세우기도 했습니다.
흔히 정치권에서는 19대 국회를 이처럼 비생산적으로 만든 요인으로,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개정된 국회법을 지목합니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쟁점법안을 처리하려면 야당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보니 여야 협상 과정에서 서로 연관성이 없는 법안을 우격다짐 식으로 연계해 협상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녹록지 않은 협상 여건 속에서 설령 합의가 도출돼도 여야가 스스로 약속한 합의를 지키지 않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당장 이날만 해도 여야 원내지도부가 지난 2일 밤을 새워가며 각 당의 쟁점법안 4개(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기업활력제고특별법·사회적경제기본법·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와 테러방지법·북한인권법을 정기국회 안에 '합의후 처리'키로 했지만 본회의가 열리는 이날 오전까지 법안 심사조차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상임위에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처럼 초라한 성적으로 정기국회 문을 닫게 된 19대 국회와 관련해 기자들과 만나 "(심경이) 착잡하다"면서 "(국회)선진화법 하에서는 의장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좁고, 그래서 국회를 운영하는 데 굉장히 한계가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