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희망이 되는 ‘백년 정당’을 함께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지난 9월 ‘새정치민주연합 창당 60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밝혔던 포부다. ‘백년 정당’이라는 열망이 보여주듯 60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 야당의 영원한 숙제는 ‘분당(分黨)’이다. 정권 창출을 이유로 이해관계가 엇갈린 집단이 힘을 합치다보니 시간이 흐르면서 당이 쪼개지고 다시 합쳐지는 현상이 끊임없이 반복됐다.
‘백년 정당’이라는 포부가 무색하게 새정치민주연합이 창당 2년도 되지 않아 당이 와해될 위기에 놓였다. 문 대표와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의 대립이 격화되는 가운데 문 대표가 이끄는 주류에 반발한 비주류 세력들이 탈당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당 분열이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문병호 “안 탈당시 1차로 10명, 추가로 20~30명 탈당할 것”
포문은 비주류로 꼽히는 문병호 의원이 열었다.
문 의원은 9일 광주에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문 대표가 이번 주까지 사퇴하지 않으면 안 전 대표가 다음 주 쯤에는 결단을 내릴 것”이라며 안 전 대표의 탈당 시점을 언급했다. 문 의원은 “안 전 대표가 탈당한다면 1차로 적게는 7~10명 안팎 의원이 동반 탈당하고 추가로 20~30명은 충분히 확보해 교섭단체 구성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전 대표가 지난 6일 기자회견 이후 칩거를 이어가는 가운데 탈당 시점이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 전 대표는 10일 예정됐던 대전대학교 강연을 취소하고 장소를 알리지 않은 채 칩거를 이어가고 있다. 문 의원 발언에 대해 안 전 대표 관계자는 “문 의원은 최근 안 대표를 만난 적도 없고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당내 지도부에서도 문 대표에 대한 반발이 이어졌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전직 원내대표들과의 모임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도권을 포함한 대다수 의원들 사이에서 문 대표의 사퇴와 안 전 대표의 입장 표명을 전제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좋겠다고 의견이 모아졌다”며 “이후 비대위 체제에서 당의 발전이 보일 때 문 대표와 안 전 대표가 공동 선거대책위원회를 맡아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의원에 호남 의원들이 더해진 ‘구당(救黨) 모임’ 역시 문 대표를 거세게 비판했다.
신학용 의원은 문 대표와 주류를 겨냥해 “‘공천을 못받을까봐 걱정하는 사람들’이라는 말을 하는 대표를 모셔야 하는지 회의를 느낀다”며 “그렇다면 문 대표와 같이 있는 사람들은 공천권을 지키기 위해서 하는 사람들인가”라는 말로 직격탄을 날렸다. 유성엽 황주홍 의원은 ‘문 대표에 대한 징계를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문 대표를 당 대표 직위에서 퇴진시키는 엄중한 징계를 내려줄 것을 정식으로 요청한다”며 “윤리심판원은 합당한 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비주류의 반발에 문 대표는 “탈당이나 분당, 혁신을 무력화하는 행위는 어떤 명분에도 오답”이라며 전날에 이어 강경 노선을 이어갔다. 주류측 역시 이날 오후 당 의원총회에서 반격에 나서며 문 대표에 힘을 보탰다.
강기정 의원은 “(지금 우리가) 욕을 먹고 있는 이유는 당 대표 문제 외에도 습관적으로 당무를 거부하는 것 때문”이라며 “문 대표에게 더 이상 사퇴를 강요해서는 안되고 시간을 좀 더 줘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승조 의원 역시 “원내대표의 당무 거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지도부가 갈등의 양축이라는 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당무위, ‘안철수 혁신안’의결 무산
‘안철수 10대 혁신안’을 놓고도 분열이 계속됐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안철수 10대 혁신안’을 당헌·당규에 반영하기 위한 의결을 진행하 뒤 당무위원회 안건으로 올리려고 했지만 이견이 속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패 혐의로 기소시 공천에서 원천 배제하고 막말 징계자에 대해 공천에서 불이익을 주도록 한 조항을
새정치민주연합 분열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신당 창당을 추진하는 천정배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회의’라는 당명을 공개했다. 장진영 국민회의 대변인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참고해 당명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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