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수비’(대통령주재 수석비서관 회의) 모두발언은 우리나라가 정치·경제적 비상상황에 처해 있음을 강조하는데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치적으로, 국회 입법기능이 사실상 마비돼 국민생활과 안전에 큰 위협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게 박 대통령 인식이다. 박 대통령은 “17년만의 노사정 대타협 성과와 일자리를 달라는 청년들 절규에 응답한 노동개혁 5개 법안의 경우 임시국회 개회에도 불구하고 아직 법안 심의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는데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의 존재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서비스산업에 대해 제조업처럼 재정·세제·금융상의 지원근거를 부여하고 표준화·전산화 등 서비스 산업 인프라 지원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서비스산업발전법이 왜 이렇게 누구를 위해서 오랜기간 동안 방치돼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서비스산업의 가장 중요한 영역인 의료 분야가 왜 이러한 지원 대상, 혜택 대상에서 제외돼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박 대통령은 또 “한쪽은 구인난으로 고생하고 한쪽은 구직난으로 고생하는데, 파견법을 통과시킴으로써 우리 국민과 기업에게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지 맨날 일자리 걱정만 하면 뭐하겠느냐”며 “노동개혁이 본격 추진되면 향후 5년동안 37만개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하는데 정치권은 일하고 싶다고 절규하는 청년들의 간절한 호소와 부모들의 애타는 마음을 더이상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실은 암담하다. 여야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데다 설상가상으로 안철수 의원 탈당에 따른 야권 분열로 민생법안 통과가 더욱 요원해졌다. 따라서 현 상황이야말로 비상상황 아니냐는게 청와대 인식이다.
경제적으로는 내년 상반기 내수 침체와 수출환경 악화가 매우 우려된다는게 박 대통령 생각이다. 박 대통령은 “내년 우리 경제를 둘러싼 여건이 쉽지 않다. 추경과 개별소비세 인하효과가 금년 말로 종료되면서 내년 초반에 일시적인 내수정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걱정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내년 상반기 총선 일정으로 기업투자 결정이 지연될 수 있다. 매번 총선이 있을 때 투자가 많이 지연되지 않았느냐”며 “대외적으로도 미국 금리인상이 본격 시작될 것으로 보이고, 중국 등 신흥국 경제 둔화가 지속되면서 수출여건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한 바늘로 꿰맬 것을 열 바늘 이상으로 꿰맨다, 열 바늘 이상으로 꿰매도 안되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시간을 충실하게 쓰려면 타이밍이 중요한데, 지금 우리나라 사정이 타이밍, 뭐든지 제때 해야 효과도 있고 헛고생을 안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국회의 비효율성과 법안 처리의 시급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 우리 주력 사업들은 세계적인 공급과잉과 수요감소를 겪고 있고, 중국 기업으로부터 무섭게 추격을 당하고 있다”며 “(기업활력제고법을) 하루속히 통과시켜서 선제적 구조조정 타이밍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참모들도 이날 정의화 국회의장의 결단(직권상정)이 필요하다는데 공감대를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경제적으로 비상상황인 만큼,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통해 법안을 처리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국가비상사태’는 국회의장이 법안을 직권상정할 수 있는 필요조건중 하나다.
새누리당에서도 정 의장 결단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정 의장을 만나 “입법의 비상사태인 만큼 의장 재량으로 관련 조치(직권상정)를 15일 본회의에서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정 의장은 “헌법과 국회법(직권상정 요건 : 천재지변, 전시 등 비상사태, 여야 합의)에 준해서 할 수밖에 없어 월권행위를 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무성 대표는 “국회의장께 전세계적으로 경제 위기가 대두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꼭 필요한 법을 직권상정 해주셔야 된다는 점을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안철수 의원 탈당으로 야당 의사결정구조가 붕괴해서 어려움에
[남기현 기자 /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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