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핵미사일로 무장한 ‘B-52H 스트라토포트리스’ 장거리 폭격기를 10일 한반도 상공에 전격적으로 투입했다. 우리 정부가 지난 8일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데 이어 10일 미군의 전략자산(전략무기)이 한반도에 전개됨에 따라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이날 정오에 경기도 평택시 신장동 오산 공군기지 하늘에 모습을 드러낸 B-52 폭격기는 좌측과 우측에는 호위에 나선 한국 공군의 F-15K 전투기와 미 공군의 F-16C 전투기와 10여m의 간격을 둔 채 날아갔다. 오산 기지에는 내외신 기자들이 B-52의 한반도 전개를 직접 취재했다. 이날 오전 6시께 기지에서 출발한 B-52는 행사시간에 맞춰 한국에 출동했다. B-52는 오산기지를 통과한뒤 이날 오후 괌에 있는 앤더슨 기지로 복귀했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미군을 대표하는 전략자산인 B-52가 내외신 기자들을 초청한 가운데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의 전시 지하 벙커 타격용 폭탄도 탑재
B-52 폭격기는 평양을 직접 핵공격할 수 있는 순항 미사일을 장착하고 있어 김정은 정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휴전선 이남에서 발사하는 AGM-86 CALCM 순항미사일은 사거리가 약 2500㎞에 달한다. AGM-86 미사일의 위력은 170kt(다이너마이트 17만t의 폭발력)으로 북한군의 지상 지휘부 제거에 사용된다. 이와 함께 땅 속 깊숙이 파고들어 지하동굴을 파괴하는 ‘벙커버스터(GBU-57)’ 폭탄을 탑재하고 있다. GBU-57은 200피트(약 60m) 깊이를 뚫고 들어가고 2.4t 고폭탄이 탑재된다. 김정은이 전시에 지하 벙커에 은신해 있을 경우에 사용된다.
군 관계자는 “한반도 유사시 B-52 3~4대가 동시에 폭격을 가하면 반경 수십㎞가 초토화된다”며 “평양은 지도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B-52는 7만 파운드(32t)의 어마어마한 탑재량으로 별칭이 ‘폭격기의 제왕’이다. 1960년 첫 비행이후 현재까지도 미 공군의 주력 폭격기로 활약중이다. 항전장비를 디지털화 한 최신 개량형 B-52H가 현재 80여대가 운용 중이고 앞으로 2040년까지 사용할 예정이다. 미 공군 관계자는 “이번에 어떤 무기를 싣고 왔는지는 밝힐수 없다”고 말했다.
◆3차 핵실험땐 한달...이번엔 나흘만에... 한미의 심각한 우려 반영
북한의 4차 핵실험 후 나흘만에 미국의 핵우산 제공용 전략무기가 한반도로 전개된 것은 한미 양국 정부와 군 당국이 이번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간 미국 전략무기가 한반도에 투입된 것은 북한의 군사위협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였다. 이날 B-52가 나타난 것은 세간의 예측을 앞서간 것이다. 2013년 2월 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 때도 30여 일 만에 한반도 상공으로 B-52가 전개됐다. 한미가 이처럼 빨리 무력 시위에 나선 것은 북한의 예상되는 추가 도발 의지를 봉쇄하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군의 관계자는 “미국의 전략자산이 예상보다 빨리 전개됐다”면서 “이는 북한이 추가 도발하면 강력히 응징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는 향후 단계별로 무력시위의 강도를 높여나갈 방침으로 알려졌다. 주일 미 해군 요코스카(橫須賀)기지에 있는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배수량 10만4000t급)와 오하이오급(배수량 1만8000t급) 핵추진 잠수함, 오키나와(沖繩)에 있는 F-22 스텔스 전투기(랩터), 미 본토에 있는 B-2 스텔스 폭격기(스피릿) 등이 단계별로 전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핵탑재 탄도미사일로 무장한 오하이오급 잠수함이 한반도에 모습을 드러내면 미국의 3대 핵우산 전력 가운데 2가지가 동원되는 셈이다. 한미는 북한 핵실험을 계기로 한미 연합 해상훈련 시기를 평소보다 앞당기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정은 정권에 대해 확실한 경고 메시지를 던지는 차원에서 핵추진 항공모함을 이번 한미 연합 해상훈련에 참여시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의 전략자산 순차 전개 방침은 북한이 핵으로 ‘장난’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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