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가칭)과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가 25일 통합을 선언하면서 야권의 지형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 당 양대 축으로 급속하게 재편되는 기류다. 하지만 창당 선언 직후 지지율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국민의당과 지지율 1%대의 국민회의의 통합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오히려 지난 4·29 재보궐선거 이후 ‘뉴DJ’ 발굴을 주창하며 호남 정치인 물갈이를 주장해 온 천 의원은 국민의당에 합류한 광주·전남 현역의원들과 ‘불편한 동거’를 시작하게 됐다. 국민의당이 정체성 논란 등으로 ‘신당 거품’이 빠지기 시작하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조급하게 움직이면서 ‘감동없는 통합’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인재영입위원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국민회의와의 통합을 발표하며 “정치인을 위한 통합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통합이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한다”고 통합 취지를 설명했다. 천 의원은 “국민의당은 국민 열망에 맞는 개혁적 가치와 개혁적 비전을 담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두 세력은 ‘국민의당’이라는 틀 안에 힘을 합치기로 했다.
국민의당은 지지율 하락과 흔들리는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한 돌파구로 국민회의와의 통합을 선택했다. 리얼미터가 25일 발표한 주간집계에 따르면 국민의당 지지율은 17.1%로 지난주 대비 3.6%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국민의당의 광주·전남 지지율이 4.5%포인트나 떨어지면서 호남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 의원 또한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3위로 밀려났다.
광주에서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압도적으로 누르고 당선된 천 의원은 호남 지지기반이 튼튼한 편이다.
국민의당은 또 ‘이승만 국부 발언’ 등으로 정체성 논란에 휘말렸는데, 진보적 개혁 노선을 추구하는 천 의원과 힘을 합치며 이를 극복할 발판을 마련했다. 이번주 리얼미터 조사 결과 국민의당 지지율은 특히 진보층(9.2%포인트)에서 크게 떨어졌다.
아울러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 탈당 움직임이 주춤하면서 15명에 머물고 있던 현역 의원 수를 보강하기 위해 원외 무소속 세력에게 손을 내밀었다. 천 의원이 합류하면서 국민의당은 원내교섭단체 구성 요건인 20석에 한발 더 다가가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박지원·박주선 의원 등이 야권 신당 세력 재편에 승차한다면 국민의당의 교섭단체 구성은 빠른 시일 내에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국민의당과 국민회의 통합선언을 지지한다”며 “어제 민주당과 신민당의 통합선언도 잘 한 일”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안 의원도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신당 추진 인사들과 앞으로도 계속 대화를 나누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의당과 국민회의의 통합 과정은 어수선했다. ‘감동’은 없고 ‘물음표’만 남은 통합이었다는 애기가 나오는 이유다. 김한길 의원은 당이 아닌 이날 본인 명의로 긴급 기자회견을 예고했고, 서울시 마포 국민의당 당사에서 비공개 회의를 진행 중인던 안 의원 등은 급히 회견 장소인 국회로 이동하며 혼선을 빚었다.
박주선 의원은 성명을 내고 “지난 23일 천 의원과 회동하고 박주선-천정배-정동영 3자 통합 추진을 합의했다”며 “그러나 합의한 지 이틀만에 사전 협의 없이 천정배 의원이 국민의당에 전격 합류해 아쉽다”고 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과 손을 잡을 것으로 예상됐던 천 의원이 국민의당으로 선회해 많은 의문점을 남겼다. 일각에서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이 공동선대위원장 체제를 거부하면서 공동선대위원장 후보로 올랐던 천 의원이 불만을 품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국민의당 내부 화합도 관건이다. 천 의원은 이날 “호남 지역에 공정한 공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는 데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기
국민의당 현역 의원 중 호남 의원 수가 상당한만큼 내부 의견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위기는 곧 기회이니 잘 해결하면 오히려 국민 지지가 올라갈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김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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