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20대 총선을 위한 당내 경선 절차에 들어가면서 경쟁하는 후보자들 사이에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또한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공관위) 위원장 인선을 두고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계가 힘겨루기에 들어가면서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공약 검증이나 정책 대결이 실종됐고, ‘굴러온 돌’과 ‘박힌 돌’ 논쟁만 가열되고 있는 것이다.
26일 당 공천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황진하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경쟁자가 아예 출발선에 설 수 조차 없게 방해공작을 펼치고 원천봉쇄하는 것은 반민주적인 행태이며 당이 추구하는 상향식 공천의 정신 자체를 훼손하는 해당행위”라며 “두 번 다시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고한다”고 규탄했다.
황 총장의 발언은 지난 25일 허남식 전 부산시장의 출마 기자회견을 둘러싼 난투극을 비판한 것이다. 부산 사하 갑 지역에 출마를 준비 중인 허 전 시장은 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려 했지만 다른 새누리당 공천 경쟁자들이 지지자들을 데리고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고 고성이 오가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됐다. 결국 허 전 시장은 기자회견을 취소하고 성명서로 출마선언을 대신해야 했다.
특히 ‘공천=당선’으로 통하는 영남 지역에서 이같은 충돌 양상이 더 심하다. 경선에서 이기면 본선에서는 손쉽게 당선될 수 있다는 생각에 경쟁이 격화되는 것이다.
대구 중·남구에 출마를 선언한 3선을 지낸 박창달 예비후보는 지난 2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진박-친박’의 싸움에서 벗어나 시민들의 공정한 심판을 받겠다며 탈당을 선언하기도 했다.
영남 외 다른 지역에서는 ‘험지출마론’을 둘러싸고 후보들간 마찰음이 커지고 있다. 최근 불출마를 번복하고 인천 남동갑 출마를 선언한 문대성 의원과 서울 마포 갑으로 출마 지역을 정한 안대희 전 대법관에 대한 반발도 강하게 터져 나왔다. 문 의원과 맞상대를 예고한 4선 경력의 이윤성 전 국회부의장은 “문대성이 인천에 오는 모습도 그가 그렇게 싫어한다는 줄 세우기 정치꾼의 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다”며 “굴러들어온 돌을 치우고 짓밟힌 인천의 자존심을 되찾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마포 갑 예비후보인 강승규 당협위원장도 당 최고위원으로 선임된 안 전 대법관을 향해 “평시가 아니라 경기가 진행되고 있는 엄중한 시기에 (대표가) 특정 후보를 지명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불공정 경선을 진행하는 데 대해서는 마포 갑 당원과 주민들이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와 함께 이번 주 공관위 발족을 앞두고 친박계와 비박계도 공관위 구성과 역할 규정을 놓고 맞붙을 양상이다. 공천룰 전쟁에 이어 계파간 갈등 2라운드가 벌어지는 셈이다.
비박계는 공관위의 역할을 정치 신인, 여성, 장애인 등에게 주는 경선 가산점을 계산하고, 현장에서 벌어지는 불공정 경선 행위를 감독하는 수준으로 국한하려 하고 있다. 경선에서 ‘30:70’인 당원과 국민의 참여비율 조정은 후보자간 합의를 우선으로 하고 공관위의 논의를 거치도록 하되 최종 결정권은 최고위원회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 공관위의 역할을 축소하려는 것이다.
반면 친박계는 외부 인재영입 방식을 통해 사실상 전략공천의 길을 열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총선 승리를 위해 좋은 인물들을 후보로 추천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 형식과 관련 용어는 별로 의미가 없다”면서 “까만 고양이든 흰고양이든 쥐를 잘 잡는게 최고”라고 말했다.
첫 싸움은 위원장 인선이 될 전망이다. 친박계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과외 교사’로 통했던 이한구 의원을 강력히 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비박계 쪽에선 이 의원에 대해 반대 기류가 강하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에서는 돌발 발언을 일삼는 친박 의원들에 대해 자중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 의원들 발언이 대통령의 명을 받은 것으로 해석되면서 청와대가 부담을 느낀데다 여권내 분란을 조장하는 발언도 선거를 앞두고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란 해석이다.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은 전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안대희 전 대법관을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인선한 것과 관련, “
[우제윤 기자 / 김명환 기자 /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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