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자기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 대기업들이 한계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물꼬가 터진다.
원샷법의 내용은 대기업을 포함한 기업이 사업구조를 재편할 때 인수합병(M&A) 절차를 간소화하고, 지주회사 규제도 유예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일정한 파이를 놓고 과잉 경쟁하는 기업들간에 ‘교통정리’가 원활해진다.
현행법상 발행 주식의 10% 이하에만 적용됐던 소규모 M&A는 20%까지 완화된다. 자산 규모 10% 이하 소규모 사업 분할은 이사회 결의만으로도 단행할 수 있다. 기업들이 M&A를 추진할 때 이를 반대하는 주주들 주식을 의무적으로 사들여야 하는 기간(주식매수청구권 기간)도 주총 후 20일 이내에서 10일 이내로 단축한다. M&A 절차가 그만큼 쉬워지는 셈이다.
지주회사 규제도 완화된다. 지주사가 증손회사를 보유할 때도 현재는 원칙적으로 100% 지분을 보유해야 하지만 증손회사가 상장사일 경우에는 20%, 비상장사일 경우에는 40% 지분만 보유해도 된다.
현재 공정거래법상 1~2년인 지주회사 규제 유예기간은 3년으로 연장된다. 인수합병이나 합작투자시 세제나 금융혜택도 주어진다. 합병, 증자, 신규 법인설립시 등록 면허세율이 0.4%에서 0.2%로 낮아지고, 부동산을 취득할 때 내는 세율도 4%에서 2%로 절반으로 낮아진다.
M&A와 지배구조 개편을 쉽게 할 수 있는 툴이 마련되면서 ‘좀비기업’ 정리도 빨라질 전망이다.
29일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한계상황에 처한 대기업은 567곳(2014년 기준)으로 전체 한계기업 중 14.8%에 달한다. 한계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는 34만8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계 대기업은 2009년만 해도 9.3%(343곳)에 그쳤지만 5년새 5.5%포인트나 불어났다. 같은 기간 한계 중소기업 비중이 1.8%포인트(13.5%->15.3%) 늘어난데 비하면 잠재 부실 기업이 늘어나는 속도가 훨씬 더 빠르다.
이재혁 상장사협의회 박사도 “미국, 중국 등 G2 리스크 확대로 산업 부실 장기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대기업도 패스트트랙을 통한 신속한 사업재편이 필요해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 수출 주력업종 가운데 한계 상황을 맞은 업종들 상황은 심각하다. 조선업종 중 무려 18.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올해 경제가 어려운 것은 산업계 공급과잉 현상이 크게 작용했다”며 “기업이 살아남을수 있도록 원활히 구조조정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될 필요성이 절실해졌다”고 말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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