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이 2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조 전 비서관은 비선실세의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된 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
청와대의 핵심 비서관을 지낸 인사가 그 정부의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청와대에 칼을 겨누는 야당 진영으로 ‘이적’한 사례는 극히 이례적이다.
조 전 비서관은 이날 국회에서 입당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이 바로 서야 국민들이 실날같은 희망을 가질 수 있다”면서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 처절한 반성을 통해 유능한 경제정당으로 거듭나는 노력을 봤기 때문에 제 일생을 맡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 전 비서관은 1986년 제28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해군법무관을 거친 후 1992년 검사에 임용됐다. 대구지검 공안부장, 수원지검 공안부장, 법무부장관 정책보좌관, 국정원장 특별보좌관 등을 두루 거친 뒤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는 청와대 재직 당시 박관천 경정과 함께 ‘비선실세’가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담은 이른바 ‘정윤회 문건’으로 불린 청와대 내부 문건 17건을 박근혜 대통령의 친동생 박지만 EG 회장 측에 수시로 건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건 발생 이후 그는 서울 마포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정치권과 거리를 둬왔지만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가 수차례 방문해 설득한 결과 입당을 결심했다.
조 전 비서관은 고향인 대구 지역에 출마하거나 서울 마포갑에서 안대희 전 대법관의 대항마로 출마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조 전 비서관은 “구
청와대는 공식 대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내심 불쾌한 심경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조 전 비서관이 정치적인, 불순한 의도로 일을 하면서 문건을 유출한 것임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남기현 기자 / 박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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