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우클릭 행보에 이어 문재인 전 대표 시절 마련된 혁신공천안을 뛰어넘는 공천 방안이 채택되면서 더민주가 술렁이고 있다.
김 대표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에 대해 ‘북한 궤멸론’을 설파했고 개성공단 폐쇄에 대해서도 “찬반의 문제로 볼 사안이 아니다”면서 선을 그었다. 최초 이 문제가 제기됐을 때만 해도 당내 반응은 예상외로 조용했다. 문재인 전 대표도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면서 김 대표의 위신을 세워줬다.
그러나 최근들어 변화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문 전 대표가 직접 “북핵과 미사일, 개성공단 폐쇄까지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의 완전한 실패”라면서 “햇볕정책 재검토 등 부화뇌동하는 것은 참으로 딱한 노릇”이라며 비판했다. 김종인 대표를 직접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당의 우경화 기류에 대한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평소 친노 그룹과 비슷한 의견을 개진해온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른 것은 몰라도 햇볕정책과 개성공단 문제에 대한 당 지도부의 ‘우클릭’ 기조에 대해서는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영입된 ‘계몽절대군주’(김종인 대표)의 판단에 충실히 따르면 만사 오케이인가?”라고 밝혔다.
김 대표가 영입한 한미자유무역(FTA)의 주역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개성공단을 폐쇄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발언한 데 대해서도 당내 반발이 나왔다. 문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진성준 의원은 “김 전 본부장의 견해가 당의 기본이념이나 노선과 충돌하는 지점이 문젠데, 그 지점에 대해 김 전 본부장 본인도 자신의 견해를 돌이켜봐야할 필요가 있단 생각”이라고 말했다. 신정훈 의원은 “당 차원의 해명이 필요하다”며 비난했고. 장하나 의원도“당 지도부는 영입을 철회해야 한다”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김 대표에 대한 당내 반발은 미풍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김 대표와 정장선 총선기획단장 등이 문재인 전 대표 시절 마련한 ‘공천혁신안’마저 수정하려고 하자 당내 반발이 더욱 거세지는 모양새다. 더민주는 23일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에 해당돼 공천에서 원천 배제되는 의원들에게 결과를 개별적으로 통보했다. 여기서 살아남은 의원들이라도 초재선의 경우 하위 30%, 3선 이상은 하위 50%에 해당될 경우 공천관리위원회의 별도 가부 투표를 통과해야 한다. 기존 공천혁신안보다 현역 물갈이 비율이 훨씬 커진 셈이다.
더민주의 한 다선의원은 “우리 당은 ‘김종인 독재당’이 됐다. 국민의당 ‘안철수 사당화’ 논란은 귀여운 수준”이라면서 “현역 의원을 단순히 선수로만 구분해 차등 심사하겠다는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기준”이라고 말
이같은 상황에서 오는 25일 하위 20% 공천 원천 배제 명단이 공개될 경우 공천을 둘러싼 내홍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공천을 둘러싼 당 안팎의 반발을 어떻게 뛰어넘느냐가 김종인 대표 체제가 총선 정국에서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기 위한 1차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박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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