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야권통합을 전격적으로 제안했다.
김 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열린 더민주 비상대책위 회의에 참석해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야권이 4·13 총선의 승리를 거두기 위해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야권이 다시한번 통합에 동참하자는 제의를 드린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더민주를 탈당한 의원 대다수가 더민주 당시 지도부의 문제를 걸고 탈당계를 낸 분들이기 때문에 그 명분은 다 사라지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지금 밖에 계신 분들이 지나치게 명분론에만 사로잡히지 않으면 우리가 다시 단합할수있는 계기라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 대표의 이같은 제안에 대해 국민의당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천정배 공동대표와 김한길 상임선대위원장은 “진의를 더 알아보겠다”면서 신중한 반응을 보였지만 안철수 공동대표는 “지금 이 시점에 그런 제안을 하는 의도가 의심스럽다”면서 “먼저 당내 정리부터 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병호 의원도“우리가 탈당하고 신당을 추진한 이유는 (더민주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이 패권적 친노와 낡은 진보 세력으로 주도되고, 총·대선 승리를 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아무런 변화 없이 야권 통합을 한다는 것은 총·대선 승리할 수 없는 과거의 당으로 회귀인 만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종인 대표가 전격적으로 야권통합 제안에 나선 데는 크게 3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근본적으로 수도권 선거에서 야권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분열 필패론’이 핵심적 근거다. 수도권 대부분의 선거구에서 여야간 득표율 차이가 10%이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자칫 새누리당에 대거 어부지리를 안기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두번째 이유는 ‘필리버스터 출구전략’이다. 전통적 야권 지지층 중 일부가 필리버스터 중단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에서 ‘야권 통합’의제를 던지면 지지층을 묶어두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세번째로는 호남 민심을 얻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호남에서 과거 문재인 전 대표와 친노 세력에게 부정적 여론이 강했던 것은 분명하지만 야권통합에 대한 요구가 가장 많았던 지역도 바로 호남이다. 국민의당과 더민주가 호남에서 호각지세의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야권 통합’카드를 던지면 호남민심에 어필할 수 있다는 계산인 것이다.
일단 국민의당이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어 당장 야권 통합 논의가 공식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국민의당 일각에서는 “야권 통합이나 연대를 놓고 국민의당에서 분란이 일어나길 바라면서 제안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당도 독자적으로 수도권에서 승부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어서 통합까지는 어렵더라도 ‘물밑 연대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야권 재편 전문가’로 불리는 김한길 선대위원장의 역할론도 제기된다. 실제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창당,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창당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핵심적 역할을 담당해 왔다. 당장 야권 단일화 없이 자신의 지역구에서 당선을 장담할 수 없는 김 선대위원장의 입
‘야권 통합 제안’에 대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통합하려면 왜 헤어졌나”면서 “정치 구태가 다시 또 살아나는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박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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