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이 위원장은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상향식 공천은) 어떻게 하면 비례대표도 잘 선정할 수 있을지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들로 참 좋은 얘기이고 가능하면 했으면 좋겠는데, 지금은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김무성 대표가 당초 “비례대표도 100% 상향식 공천을 적용하겠다”고 밝혀 공개 오디션 방식의 공천 절차가 거론됐지만 결국 물거품으로 끝난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미 시간이 많이 지체된 만큼 이번주부터 비례대표 공모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위원장은 지역구 공천 탈락자도 비례대표에 재공모할 수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탈락한 사람과 심사 안 받은 사람은 할 수 있다. 누구라도 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지난 3달간 당 평균 지지율이 40% 내외로 나와 당 내부적으로는 47석의 비례대표 중 18~20번까지를 안정권으로 보고 있다. 여성 비율 60%와 청년 비례대표 및 당직자를 제외하면 5~6명 가량이 남는데 이 중 일부를 탈락한 중진 구제용으로 쓸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긴 셈이다. 실제로 공천 탈락자가 비례대표로 공천될 경우 자격 문제를 두고 시비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또 ‘패자부활’ 기회를 열어둠으로써 탈락자들을 입 다물게 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도 영남 중진 물갈이설이 나오면서 당내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20대 국회 시기는 국가적 위기가 될 수 있는 시기”라며 “국가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진출시켜야 한다. 중진도 일 잘하는 분이 많지만 시대적 과제가 있을 때는 선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에서는 여성 우선추천 등의 방법으로 현역 물갈이를 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대구의 한 중진 의원은 “중남구, 동구, 수성을 등 소위 비박계 지역에 경쟁 상대들로부터 ‘여성후보들의 우선추천 지역’이라는 유언비어가 돌고 있다”며 “모두 음해성 소문”이라고 발끈했다.
일부 TK지역의 고령 중진 의원들은 이르면 9일 발표될 공천 명단에서 누가 김태환 의원 다음으로 희생양이 될 지 전전긍긍했다. 강길부 새누리당 의원(3선, 74)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 인구 65세 이상이 680만명으로 16.5%”라며 “유권자 비율대로 하면 국회의원 300명 중 50명이 65세 이상이어야 하는데 경선기회도 안 줘서야 되겠냐”고 공관위를 비판했다. 그는 또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71세인데 내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원천배제할 거냐”며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지지”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르면 9일 ‘2차 컷오프’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장선 더민주 총선기획단장은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7일부터 모든 현역 의원들에 대해서 정밀심사를 하기 시작했다”면서 “8일 오후에 일부가 결정되면 9일이라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더민주 공관위는 지난해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의 현역의원 평가자료를 토대로 3선 이상은 하위 50%, 초·재선은 하위 30%를 정밀심사 대상으로 분류했다. 정밀심사는 경쟁력·윤리 심사로 나뉘어 지며 경쟁력 심사는 각 지역구별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본선 경쟁력을 점검하며 윤리 심사는 부정 비리 나 범범 행위 등을 중점 점검한다.
공관위는 심사 결과를 토대로 공관위원 8명의 가부 투표를 통해 ‘컷오프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투표 결과가 4대4 동수일 경우 홍창선 공관위원장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다. 현재 정밀심사 대상 현역의원은 33명이며 이중 10명 내외가 추가로 공천에서
공관위는 9일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결과를 보고하고 최종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2차 컷오프 의원들의 명단을 직접 공개하기 보다는 경선 지역을 발표하면서 경선 후보에서 제외시키는 등 간접 공개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박승철 기자 / 우제윤 기자 /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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