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과 직접 통화한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부 사정 확인해보겠습니다.
정치부 김용준 기자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먼저, 북한 주민과 직접 통화를 했는데 접촉이 좀 어려웠다고요?
【 기자 】
네, 북한 주민과 전화 통화는 상당히 어려운데요, 늘 감시하는 북한 보위부의 눈을 피해서 연락을 해야 하기 때문에 미리 정한 한정된 시간 동안만 통화할 수 있었고, 상황이 어떤지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 앵커멘트 】
앞선 보도에서 장마당에 키우던 짐승, 가축까지 내다 판다고 했는데 어떤 짐승을 왜 내다 파는 건가요?
【 기자 】
주로 돼지였습니다. 돼지를 장마당 그러니까 시장에 갖다 파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고 생각하시겠지만,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북한 장마당에서는 생필품이나 물건, 식료품이나 쌀 등이 주로 거래가 되는데요, 그러니까 대부분 중국에서 들여온 것들을 장마당에 내다 파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돼지나 소처럼 집에서 키우던 가축을 판다는 것은 중국산 제품들을 내놓지 않는다는 거거든요, 다시 말해서 중국산 제품들이 귀한 '품귀현상'이 일어나고 있어서 자체적으로 생산한 물건이나 기른 가축을 파는 것으로 보입니다.
【 앵커멘트 】
그럼, 최근에 장마당에 나오는 물건 자체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봐야 하나요?
【 기자 】
아무래도 그렇다고 봐야겠죠.
대북제재 때문에 일단 북으로 들어가는 중국 트럭들이 크게 줄었고 물자 부족현상이 조금씩 나타나는데다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중국 제품들이 이제 귀해지니까 가격이 계속 오를 것 아닙니까? 그 가격이 더 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겁니다.
그래서 내놓지 않는 경우가 특히 많다고 북한 주민이 전하더라고요.
【 앵커멘트 】
장마당 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다고 대북소식통을 인용한 매체들 보도가 있던데, 실제 어떤가요?
【 기자 】
제가 직접 통화한 북한 주민은 아직 그런 이야기까지는 없었습니다.
다만, 물가가 오를 것이 뻔하기 때문에 굉장히 걱정하고 있다는 언급은 했는데요.
실제로 미국 자유아시아방송에서 보도한 한 대북소식통은 "북한 장마당에서 생필품과 식료품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면서 "중국 세관이 곧 막힐 거라는 불안 때문에 장마당 상인들이 물건 판매를 금지한 것 같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 앵커멘트 】
북한 일부 지역에서는 벌써 사재기도 한다고 하던데요?
【 기자 】
네, 그렇습니다.
물가가 폭등할 것을 대비한 것도 물론 있지만, 북한 내부에서 남한이 북을 선제공격하려 한다는 선전을 하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이 굉장히 불안하겠죠.
그러다 보니까 쌀 1년치를 사두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가 통화한 북한 주민들은 아직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요, 제가 접촉한 북한 주민들이 북중 무역이 활발한 단둥지역이 아니라 내륙에 사시는 분들이어서 체감이 조금 다를 수는 있습니다.
그런 현상이 그곳에서 나타나지는 않지만, 저와 통화했던 주민도 매우 걱정은 하고 있었습니다.
【 앵커멘트 】
그런가 하면, 제2의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다는 소문도 돈다고 하는데, 실제 북한 주민들도 그렇게 느끼고 있나요? 어떻습니까?
【 기자 】
네, '고난의 행군'이라는 게 북한에서 1990년대 중반에 수해에 흉작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식량난이 났었던 바로 그때를 말하는데요.
그때 북한에서 굶주림에 목숨을 잃은 사람만 무려 33만 명에 달합니다. '이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자' 이런 개념으로 북한이 당시 외쳤던 구호가 고난의 행군인데요.
함경북도 대북 소식통에 의하면 북한 청진시 일대 장마당은 벌써 상품 유통이 중단됐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머지않아 식량이 바닥난데다 그마저도 장마당에서 구할 수도 없어서 '제2의 고난의 행군'이 시작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식량 값도 오르고 있다고 합니다.
정말 핵, 미사일이라는 빈대 잡으려다 애꿎은 초가삼간만 다 태우게 생겼습니다.
【 앵커멘트 】
네, 북한이 주민들을 위해서라도 핵, 미사일을 하루빨리 포기하고 대북제재에서 벗어나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정치부 김용준 기자였습니다.
[김용준 기자 / kimgija@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