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에 대한 여야의 자체 판세 분석이 고무줄처럼 늘고 주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공식 선거운동에 들어가기 전인 지난달 27일 새누리당은 '150석+α', 더불어민주당은 130석, 국민의당은 원내 교섭단체인 20석을 각각 목표로 내세웠습니다.
선거운동이 중반에 접어든 5일 새누리당은 현재 판세대로라면 125석을 차지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열흘도 안 돼 25석이나 줄었습니다. 전날 알려진 135석조차 '희망 섞인 수치'였다고 강조했습니다.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어제 선대위 회의 자료에 올라온 여의도연구원 분석자료에 125석이 적혀 있었다"며 심상치 않은 선거분위기와 여당의 위기의식을 전했습니다.
더민주도 내부적으로 의견이 분분하지만, 현시점을 기준으로 할 때 전체 판세를 110석으로 읽는 분위기입니다. 역시 당초보다 20석 줄어든 것입니다.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은 인터뷰에서 "120석이 현재는 어렵다고 본다"며 "현재 (더민주 우세지역은) 60∼65석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국민의당 판세 분석은 40석으로 늘어난 상태입니다. 호남에서 20석을 확보하고, 수도권·충청권과 비례대표로 각각 10석 안팎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단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보수적인 판세 분석을 내놓은 배경은 지지층 결집을 위한 노림수로 판단됩니다.
'과반'을 자신하던 새누리당은 '제1당'마저 위협된다고, 더민주는 "100석을 넘기면 성공"(김진표 선대위 부위원장 라디오 인터뷰)이라고 각각 몸을 낮춘 것입니다.
새누리당의 경우 전통적 지지세력인 50∼60대 이상 장년·고령층의 이탈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입니다.
권성동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은 이날 MBC 라디오에 나와 "50∼60대 핵심 지지층이 투표장에 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투표 성향이 높은 이들이 투표하지 않겠다고 돌아선 탓에, 수도권 격전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높게 나온 후보도 '적극적 투표층' 조사에선 지지율이 낮게 나온다는 것입니다.
김종석 여의도연구원장은 "자체 조사에서 단순 지지율은 높은데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자만 보면 야당에 뒤집히는 경우가 꽤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더민주는 야권 단일화 무산으로 어려워진 선거상황을 고려해 유권자들에게 '야당 표 몰아주기'를 호소하기 위한 전략에 따라 판세를 보수적으로 본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철희 전략기획본부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바닥을 찍고 반등하고 있다"며 "보수적으로 얘기하면 100석, 지금 추세가 지속하면 더 나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진표 선대위 부위원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선 가능성이 큰 후보로 몰아주고 사표(死票)를 방지해야만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주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사표 방지론'을 폈습니다.
이처럼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엄살'이라는 지적을 받는 판세 분석을 내놓는 것과 대조적으로 최근 국민의당 판세 분석에는 '허장성세'가 섞인 게 아니냐는 시선을 받고 있습니다.
이는 국민의당이 2개월밖에 되지 않은 신생 정당이라는 특수성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고정 지지층이 상대적으로 빈약해 선거판의 '바람'에 기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상승세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물론 국민의당은 호남 지역의 상승세가 북상(北上)할 경우
김용석 전략위원장은 "호남의 상승세가 수도권으로 옮겨와 좋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를 실제 투표로 엮어내는 게 과제"라고 했습니다.
다소 '장밋빛 전망'에 가깝더라도 승리 비전으로 무당파·중도층의 기대 심리를 자극, 이들을 투표장으로 견인하고 더민주의 사표 방지론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