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해단식에 참석한 지도부가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승환 기자] |
김 대표는 이날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해 “정치는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두려워해야한다는 사실을 잊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앞으로 뼈를 깎는 노력으로 다시는 국민을 실망시키지 말라는 지엄한 명령이라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곧바로 그는 당 대표 사퇴 의사를 밝혔다. 관훈클럽토론회에서 “총선 후 마무리를 직접 하는 것이 제 도리이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이 불과 보름전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 총선에서 김 대표는 마무리할 사안조차 남지 않은 결과를 얹게 된 셈이다. 물론 충격적인 패배로 인해 이날 해단식에서 김 대표 뿐만 아니라 당 지도부 모두가 통탄을 금치 못하는 표정이었다. 당 지도부는 마지막 활동으로 이날 오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하기로 했다. 비대위원장은 서청원 최고위원 혹은 원유철 원내대표가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새누리당이 받아든 122석은 새누리당이 목표 삼았던 180석의 2/3에 불과하고, 선거 직전 마지노선으로 삼았던 과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특히 승부처로 꼽힌 수도권에서 완패한 게 뼈아프다. 전체 의석수의 절반 수준인 122석이 걸린 수도권에서 새누리당은 겨우 35곳을 가져가며 82명을 당선시킨 더불어민주당에 완벽히 밀렸다. 수도권에서 더민주 당선인의 수는 새누리당 당선인 수의 2.3배에 달한다. 새누리당의 수도권 승률도 28.7%로 17대 탄핵역풍 때(30.3%)보다 낮았다.
세부적으로 보면 더욱 곤혹스러운 결과들이 드러난다. 우선 당 수뇌부인 최고위가 반파됐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총 9명으로 5명이 선출직이고 2명이 임명직, 2명이 당연직이다. 이 중 불출마를 선언한 김태호 최고위원을 뺀 8명 중 생환에 성공한 이들은 김무성·서청원·이정현 최고위원과 원유철 원내대표, 김정훈 정책위의장이다. 당연직 2명을 제외한다면 최고위원의 생존률(50%)은 과반을 넘기지 못했다. 새누리당의 최대 패인인 공천파동의 진원지였던 당 지도부가 민심의 매서운 칼끝을 피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공천 관련자들도 역시 냉정한 평가를 받았다. 공천관리위원들은 홍문표 사무1부총장을 제외하고 모두 국회에 재입성하지 못했다. 이한구 공관위원장이 ‘경쟁력 있다’고 단수추천한 친박 후보들의 성적도 낙제점에 가깝다. 정치권 안팎에서 진짜 ‘진박’으로 구분됐던 추경호·정종섭 후보를 제외하고선 모두 경쟁 상대에게 승리하지 못했다.
앞으로 새누리당의 가장 큰 숙제는 ‘의석 과반을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국정 동력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로 압축된다. 우선 내실을 기하는 쪽으로 체제 개편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선거 직전(157석)보다 35석 줄어든 새누리당이지만, 친박계 의원이 많아져 당론 수렴에는 이전보다 한결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기반을 속히 다지기 위해 새누리당은 전당대회를 조기에 치를 가능성이 크다. 당 대표직에는 최경환·이주영·정병국 의원 등이 도전할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난국 돌파를 위해 행동력 강한 최 의원 체제가 꾸려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오히려 독이 된 ‘진박 마케팅’으로 인해 총선 참패에 최 의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이번 총선으로 인한 또 하나의 큰 손실은 대권후보들이 전멸했다는 점이다. 종로에서 패배한 오세훈 후보와 대구에서 진 김문수 후보는 재기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당내 대세였던 김무성 대표조차 총선 참패라는 큰 흉터가 생긴 만큼 리더십 발휘가 예전보다 못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선 새누리당이 올해말 임기가 끝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영입할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전 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없는 여당의 러브콜에 반 총장이 호응할 요인은 많이 사라진 상태다.
한편, 무소속 당선인 복당과 관련해 당내에선 벌써부터 비박과 친박이 격돌하는 양상이다. 무소속 유승민 의원과 가까운 이혜훈 당선인은 한 라디오프로그램에 출연해 “당연히 복당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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