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내부에서 ‘김종인 대표 합의추대론’이 사실상 힘을 잃으면서 차기 당 대표는 경선을 통해 선출될 전망이다. 특히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가 지난 22일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 대표를 마난 자리에서 “합의 추대는 힘들다”는 입장을 밝히고 김 대표가 “당권에 별로 생각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 경선에 무게추가 실리는 모양새다.
경선을 통한 당 대표 선출에 대해 김 대표 측 관계자는 24일 “김 대표가 전당대회(이하 전대)에 출마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당원의 선택을 김 대표에게 전달하는 과정만 남았다”고 밝혔다.
‘합의추대론’ 논란이 사실상 막을 내리면서 차기 당 대표 출마 후보군에 시선이 집중된다. 현재 더민주에서는 4선에 성공한 송영길 전 인천시장, 참여정부 시절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진표 당선자, 4선에 성공한 박영선 당선자 등이 자천타천으로 당 대표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 해 2월 더민주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에서 문 전 대표에게 패한 이인영 의원도 출마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문희상 박병석 원혜영 이석현 등 국회의장을 노리는 더민주 ‘중진’ 의원들도 상황에 따라 당 대표 경선으로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변수는 전당대회 연기론이다. 당초 더민주는 오는 6월 말이나 7월 초에 전당대회를 연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그러나 더민주 내부에서는 ▲경제정당 이미지 확보 ▲계파 갈등 방지 ▲후보 간 이해 관계 등을 이유로 전당대회를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더민주는 김 대표가 제시한 ‘친노패권 청산’과 ‘구조조정론’ 덕분에 총선에서 선전하고 경제 이슈를 선점했다는 평가다. 김 대표는 특히 ‘구조조정 TF(태스크포스)’ 등을 구성함으로써 경제정당·수권정당 면모를 유권자들에게 보여준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김 대표 체제가 막을 내리면 경제 이슈를 앞세워 정부·새누리당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는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전당대회 연기론’을 주장하는 김 전 부총리는 24일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우리 당이 호남 민심을 떠나게 만들고 비례대표 정당투표에서 3위를 하는 등 선거에서 이긴 것도 아닌데 지금 전당대회에서 차기 당대표 뽑는 이야기가 나오면 당이 다시 분란에 빠져들 것”이라며 “대선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만큼 비대위 체제 하에서 당의 여러가지 문제를 쇄신하고 가다듬을 시기”라고 주장했다. 김 전 부총리는 “우리 당의 가장 큰 문제는 지도부가 자주 바뀐다는 것이다”며 “김 대표가 평시에 다른 당과의 경쟁 속에서 당내 리더십을 보여줄 시간과 기회가 없었던만큼 국민들에게 ‘김종인 리더십’을 좀 더 판단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송 전 시장은 전당대회를 예정대로 개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송 전 시장 측 관계자는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전당대회를 당헌·당규에 근거해 예정대로 치르는 것이야말로 정당이 보여줘야 할 본모습”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역시 전당대회 연기론 쪽으로 기울고 있다. 당헌 당규대로라면 창당 시점인 지난 2월 2일부터 6개월 이내인 8월 2일까진 전당대회를 열어야 하지만 신생 정당으로 전국 조직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8월 이전 전당대회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안 대표 측 인사인 이상돈 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 21일 “전국 조직이 아직 미비해 일단 안철수·천정배 투톱체제를 연말 또는 내년 초까지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 대표 역시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당이 신생정당이다 보니 아직 당원들이 정비되지 않았다”며 한계를 인정했다.
[정석환 기자 / 안정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