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명조끼는 사람이 의식을 잃은 상황에서도 생존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사격 자세를 감안해 등쪽에 부력을 더 많이 넣은 것은 기본을 무시한 처사다”
국내 안전·방재 분야 권위자인 조원철 연세대 명예교수는 29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며 ‘사람잡은’ 군용 구명조끼를 만들었던 당국을 거세게 질타했다. 조 교수는 지난 2010년 경기도 여주군 이포대교에서 생긴 군용보트 전복사고에서 장병 4명의 목숨을 앗아간 ‘불량’ 구명조끼는 결국 군 당국의 안이한 탁상행정 때문이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조 교수는“ 당시 사고가 발생하기 전부터 ‘군에서 이상한 구명조끼를 만들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군 당국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군 당국 설계대로 등쪽에 더 많은 부력을 주면 자연히 몸이 앞으로 쏠리게 돼 호흡기가 물속에 잠겨 피해를 키울 것이 불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군은 조 교수의 지적을 외면하고 기존 안대로 제품을 만들어 일선 부대에 보급했다.
조 교수는 ‘병사들이 구명조끼를 입고도 전방을 보고 총을 겨눌 수 있게 하기위해 이렇게 설계했다’는 군 측 해명에 대해서도 “구명조끼는 ‘구명’ 수단이지 전투 보조장비가 아니다”고 일갈했다. 야전이 아닌 책상머리에 앉은 채 일부 군인들이 장병 안전을 도외시하고 작전 편의만 강조해 이같은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조 교수는 현재 군 당국이 새로 제작해 보급 중인 구명조끼 역시 전문가들이 꼼꼼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육군은 파도가 없고 물이 흐르는 호수나 강에서 구명조끼를 사용하는 만큼 생존성을 높이고 쉽게 구조하기 위해 목 부분에 35%, 등 부분에는 25% 정도 부력을 주고 앞 부분에 부력 40% 정도를 배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앞으로 군이 수상안전 장비를 도입할때는 △익사위험을 고려한 인체공학적 설계 △필요한 성능·수명을 보장할 수 있는 재질 △적절한 검수작업 △주기적 장비활용 및 유지·보수 계획 수립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조 교수는 ‘공격력’ 증강에만 몰두해 장병 안전을 소홀하게 여기는 당국의 인식과 방위사업 체계도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군에서는 구명조끼 같은 안전장비에 대해서는 국방부나 방위사업청 차원의 총괄적인 관리감독 체계가 없다. 각 군이 자체적으로 납품받는 제품을 검수해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는 “적에게 더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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