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7차 노동당대회 기간중 평양을 방문했던 루퍼트 윙필드-헤이스(49) BBC방송 기자를 추방해 ‘통제사회’의 불편한 이면을 드러냈다.
9일 BBC는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와 관련한 불경스러운(disrespectful)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헤이스 기자를 구금하고 추방했다”고 보도했다. BBC는 프로듀서인 마리아 번, 촬영기자 매슈 고다드도 함께 추방됐다고 밝혔다. BBC에 따르면 헤이스 기자는 지난 6일 평양을 떠나려다가 공항에서 붙잡힌 뒤 구금돼 8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고 진술서에 서명을 했다. 이어 9일에는 일행과 함께 공항으로 보내져 북한에서 추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대회 취재를 위해 북한을 방문해 평양에 체류중인 BBC의 스티븐 에번스 기자는 ‘북한 지도부가 평양의 삶을 조명한 BBC 보도에 불만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BBC의 도쿄 주재 특파원인 헤이스 기자는 당대회 개막에 앞서 노벨상 수상자 3명과 함께 평양을 찾아 북한 대학과의 과학기술 교류 등을 취재했다. 그는 지난 달 30일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이 숨지고 나서 그의 뚱뚱하고 예측할 수 없는 아들(corpulent and unpredictable son) 김정은이 그의 자리를 대신했다”며 다소 냉소적인 표현을 사용해 기사를 작성했다. 또 당대회를 이틀 앞둔 지난 4일에는 평양의 김일성 동상을 촬영하다가 북측 보안원으로부터 제지를 당하는 모습을 포함한 영상을 BBC 웹사이트에 공개했다.
북한은 이번 당대회에 앞서 100명이 넘는 해외 취재진들에게 방북취재를 허용했지만 정작 당대회에 대한 직접취재는 물론 세세한 동선까지 제한하면서 원성을 사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이번에는 김 제1비서를 비꼬는 내용을 보도한 외국 기자를 구금·추방해 국제사회의 ‘왕따’ 이미지를 더욱 굳히게 됐다.
북한이 이처럼 해외 취재진을 붙잡아 양심에 반하는 확인서에 서명하도록 강요한 뒤 추방시킨 것은 당대회를 앞두고 노골적인 ‘김정은 우상화’에 나서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제1비서에 대한 ‘과잉 충성’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어이없는 무리수를 둔 것이다.
한편 북한은 당대회 4일차인 9일 김 제1비서를 최고수위로 높이는
[김성훈 기자 /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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