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北 군사회담 제안에…"진정성 의심된다" 부정적
정부와 군 당국은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남북 군사회담 개최 제안에 대해 북한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군의 한 관계자는 9일 "북한이 핵무기 개발 의지를 거듭 드러내면서 군사회담 개최를 주장하는 것은 진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를 행동으로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김 제1위원장은 지난 6∼7일 이틀에 걸쳐 열린 노동당 7차 대회 중앙위원회 사업총화(결산)보고에서 "우리는 조선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하여 우선 북남 군사당국 사이의 대화와 협상이 필요하다고 인정한다"며 "북남 군사당국 사이에 회담이 열리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충돌위험을 제거하고 긴장상태를 완화하는 것을 비롯하여 호상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협의,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와 군이 군사회담 제의에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것은 북한의 의도가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실시되는 심리전 확성기 방송의 중단을 최우선으로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하기 때문입니다.
군은 북한이 지난 1월 6일 제4차 핵실험을 감행하자 이틀 뒤인 8일 정오를 기해 확성기 방송시설이 설치된 최전방 11곳의 지역에서 일제히 심리전 방송을 재개한 바 있습니다. 뉴스와 음악, 날씨 등의 내용이 거의 24시간 확성기를 통해 북측 지역으로 전파되고 있습니다.
고요한 밤이면 가청거리가 20여㎞에 달하기 때문에 북한군의 입장에서 보면 병사들의 정신무장을 와해시키는 '목구멍의 가시'와 같은 존재입니다. 북한군은 이에 맞서 대남 확성기 방송을 하고 있으나 출력이 약해 남측지역에서 또렷하게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군은 대북 심리전 강화 차원에서 현재 설치된 것보다 성능이 우수한 신형 대북 확성기를 오는 11월 말까지 40대를 추가 도입할 계획입니다. 최전방 지역의 북한군 심리상태를 더욱 흔들 수 있을 것이라고 군의 한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또 북한은 군사회담이 열린다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대체한 새로운 서해 해상경계선 획정에 집요하게 매달릴 것으로 군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실제 김정은 제1위원장은 "북과 남은 군사분계선과 서해 열점지역에서부터 군사적 긴장과 충돌위험을 줄이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며 군사적 신뢰 분위기가 조성되는 데 따라 그 범위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가 말한 '서해 열점지역'이란 서해 NLL 지역을 말한다. 남북은 이미 지난 2004년 6월 제2차 장성급 군사회담을 통해 서해 NLL 지역에서 우발적인 충돌을 방지하는 각종 대책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당시 남북은 전선지역 선전 중지와 선전 수단 제거, 경비함간 공용주파수 설정·운영에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합의는 북측이 일방적으로 지키지 않으면서 유명무실해졌습니다.
북한은 MDL 일대에서 우리 측이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단하고 선전물을 철거하자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합의 사항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북측의 목표가 확성기 방송 제거에 있었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정부와 군은 북한의 이런 행동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2차 장성급 회담 때 남측 대변인을 맡았던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
그는 "핵을 들고 가겠다고 하면서 회담 제의를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면서 "회담이 필요하다면 먼저 진정성 있는 행동으로 나와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