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게도 5.18 기념식이 화합이 아닌 분열의 상징이 되고 말았습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흘러나왔을 때 야당은 주먹을 흔들며 노래를 따라 불렀지만, 정부 대표로 나온 황교안 총리는 아무 동작도 없이 노래도 따라부르지 않았습니다.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은 노래는 따라부르지 않고 손동작만 취했습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노래는 불렀지만, 손동작은 하지 않았습니다.
기념식이 열린 그 시각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이란 부통령을 만나고 있었고, 기념식장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조화만이 모습을 보였습니다.
여야정 대표들의 얘기입니다.
▶ 인터뷰 : 황교안 / 국무총리
- "사회 각계각층이 갈등과 대립이 아니라 소통과 공유, 화해와 협력을 통해 우리 모두의 희망찬 미래를 함께 열어가야 한다"
▶ 인터뷰 : 문재인 / 더민주 전 대표
- "지정곡이냐 아니냐는 것은 절차가 필요하니까 또 몰라도 합창은 되고 제창은 안 된다는 것은 도대체 이게 무슨 논리인지 알 수가 없다."
▶ 인터뷰 : 안철수 / 국민의당 대표
- "이번 보훈처의 제창 불가 결정은 국민통합에 저해되는 일이다."
황 총리의 국민통합은 언어적 수사에 그쳤을 뿐, 여야정은 제각각 따로 행진곡을 부르고 말았습니다.
공식 행사 직전 식장에 입장했던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유족들의 항의를 받으면서도 자신의 자리에 앉으려고 했지만, 기념식이 시작된 뒤에도 '나가라'는 항의가 이어지자 어쩔 수 없이 기념식장을 떠났습니다.
▶ 인터뷰 : 박승춘 / 국가보훈처장
- "국민 의견을 들어서 결정한 것이지 특정 개인이 독단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박 처장은 국가유공자들이 반대하는 노래를
보훈처가 주관하는 행사에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보수진영의 반발이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박승춘 보훈처장에 대한 해임안을 놓고 여야정은 정면 대결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여기서 촉발된 대결과 대립은 20대 국회 초반기를 강타할 것이고, 그런 분열은 내년 대선국면까지 쭉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아무래도 불리한 것은 정부와 여권입니다.
현재의 권력은 임기 말로 갈수록 약화하기 마련인데다 지금의 여소야대 상황은 정부가 야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향후 정국의 중요한 분수령이었던 만큼 이번 기념식은 차기 잠룡들의 등장 무대이기도 했습니다.
소록도 방문과 전야제 거리 행진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던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 당 대표는 오랜만에 만나 반갑게 악수를 했습니다.
손학규 전 상임고문과 안희정 충남지사도 기념식장을 찾아 광주시민들에게 눈도장을 찍었습니다.
▶ 인터뷰 : 손학규 / 더민주 전 고문
- "여기에 매년 왔다. 그리고 제가 살고있는 강진이 바로 이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기념식에 참석해 헌화·분향하며 '광주정신'을 강조했습니다.
알앤써치의 5월 3주차(16~17일)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결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5.4%로 1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20.0%로 2위, 안철수 대표가 전주보다 4.1%p 하락한 3위, 그리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8.1%로 안 대표를 추격하고 있습니다.
특히 호남권에서도 문 전 대표가 30.1%로 1위였고, 안철수 대표는 14.0%로 박원순 시장 17.0%에 밀렸습니다.
(5월 16~17일, 전국 성인 남녀 1010명. 설문지를 이용한 유·무선 RDD 자동응답 방식. 응답률 3.1%,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올해 5.18 기념식은 이래저래 유난히 뜨거운 기념식이 된 듯합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