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19일 본회의에서 처리된 법안은 이달말 정부에 이송될 예정이었으나 여야 정쟁에 발목잡힌 무쟁점법안 129건이 무더기로 통과되면서 다음달 초까지 지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가 의결한 법률안이 국회에서 정부로 넘어가면 대통령은 헌법 52조 1항에 따라 법안이 이송된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공포하거나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대통령이 이 기간내에 공포나 재의 요구를 하지 않아도 헌법 53조 5항에 따라 법률로서 확정된다.
문제는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을 경우다.
청와대에서는 법안 통과 직후 노동 4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박 대통령이 처리를 호소한 핵심 민생법안은 끝내 외면하면서 국회법 개정안은 상정시킨 정 의장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민생법안과는 완전히 다른 잣대로 밀어부치는 그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참모는 “입법부 권한을 이렇게 늘려놓고 공무원과 행정부더러 어떻게 일을 하라는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회가 법안 이송 작업을 빠르게 끝내 이달 말 정부로 보내고 박 대통령이 19대 국회 임기 만료일(29일) 전에 거부권을 행사한다고해도 여야가 임시회를 소집해 본회의에서 재의결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19대 국회 임기 만료 이후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에는 더욱 복잡해진다. 19대 국회서 의결한 법안을 20대 국회가 재의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법체저 관계자는 “마지막 국회 종료 직전에 법안을 통과시키고 대통령이 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가 없어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또 20대 국회가 여소야대(與小野大)인 상황에서 재의를 요구한 법안이 재의결될 경우 박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운영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과반이 출석하고 출석의원 3분의 2가 찬성할 경우 법안으로 확정되는데 제1·2야당인 더불어민주당(123석)과 국민의당(38석)이 뜻을 함께하고 지난 19일 표결에서처럼 20대 국회 당선자 중 40명으로 추산되는 비박계가 이탈할 경우 통과가 가능하다.
지난해 6월 국회의 정부 시행령 수정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청와대 관계자는 “법안이 정부로 넘어오면 그 불합리성을 확실히 따져 대책을 강구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결국엔 국회가 개정을 해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남기현 기자 /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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