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참패 뒤 ‘뇌사상태’에 빠졌던 새누리당이 50여일 만인 2일에야 비로소 ‘혁신비상대책위원회’라는 임시 지도부를 꾸리게 됐다. 혁신비대위를 쇄신의 메스로 삼겠다고 천명한 새누리당이지만, 일각에선 비대위 인선에 대한 의문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내부위원 2인으로 친박계와 비박계가 각각 임명됐고, 절반에 가까운 외부위원들의 경륜은 당 쇄신 추진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임명된 외부위원들 중 일부는 본인조차 의아하다는 반응을 내비쳐 대수술을 앞둔 새누리당의 메스가 무딘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2일 혁신비대위 인선(11명)을 발표하며, 위원장과 당연직을 제외한 7명의 비대위원을 공개했다. 내부위원(2명)에는 비박계 김영우 의원과 친박계 이학재 의원이 내정됐다. 외부위원(5인)에는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 유병곤 서강대 겸임교수, 정승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민세진 동국대 교수, 임윤선 변호사 등 5명을 임명했다. 최종 발표된 비대위원장과 위원 인선안은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위원회·상임전국위원회에서 추인됐다. 김희옥 위원장은 추인 직후 “정략적 파당의 퇴행적 모습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며 “철저하게 반성하지 않으면 대선 지지 못받는다”고 일침했다. 이어 “비대위 앞에 혁신이라는 두 글자가 붙어있는 것은 당명만 빼고는 모두 다 바꿔야 한다는 절박함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혁신 비대위 체제가 전국위의 추인을 받은 것은 지난달 17일 성원 실패로 인한 전국위 무산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매듭져야 한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 인선의 면면을 살펴보면 개인 역량은 뛰어나지만 정치개혁에 대한 의지와 전문성은 미지수라는 게 중론이기 때문이다.
내부 위원을 보면 김무성 전 대표의 ‘입(수석대변인)’으로 불렸던 김영우 의원이 유임됐다. 김 의원은 전국위원회 직후 “복당은 우리가 무조건 보류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항간에 떠도는 대로 5명(유승민·윤상현 제외)만 선별복당한다면, 우리가 앞으로 말할 혁신을 국민들이 믿어주실까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학재 의원은 20대 국회 구성전 새누리당혁신모임(새혁모) 활동을 하긴 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친박이다.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양 계파에서 비교적 온건한 3선 의원을 선임한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강성 비박계로 비대위에서 배제된 이혜훈·김세연 의원은 이날 당내 분란을 의식한 듯 발언을 자제했다. 김세연 의원은 “지금으로선 별 달리 할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의 영입과 정진석 원내대표 체제 선출에 친박계의 영향력이 상당히 작용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 주류에 쇄신안을 내놓을 수 있는 인물은 결국 외부위원 밖에 없다. 하지만 외부 비대위원 중 한 명은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발표가)갑작스럽다”며 “ 아직 (활동 계획을 밝힐)준비가 안 돼 있다”고 말했다.
이날 외부위원 인선의 기준은 지역과 활동 분야을 감안한 안배라는 평가다. 우선 경남 진주 출신의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65)는 30년 가까이 한은에 재직하며 금융경제연구원 부원장, 한국국제금융학회 회장,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등을 지낸 ‘금융 전문가’다. 오정근 교수는 “당이 위기 상황이라 도움을 요청한 듯 하다”라며 “(내가)경제 전공자이니 경제 관련된 혁신을 맡아달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북 청도 출신의 유병곤 서강대 교수(61)는 국회 내 전문위원 활동을 하다가 2008년 차관급인 국회 사무차장을 지냈다. 2013년부터는 국회 정치쇄신자문위원으로 위촉돼 활동 중이며, 김희옥 위원장과 동향이다. 전남 완도 출신의 정승(58)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58)은 행시(23회) 출신 정책통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식약처장 임기를 마친 뒤 지난해 4·29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광주 서을에 출마한 바 있다. 정 전 처장은 “당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잘 변화할 수 있게 조언해달라는 말을 듣고 수락했다”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은 차차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서울 출신의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 교수(42·여)는 서울대 졸업 후 미국 UCLA 대학교에서 석·박사를 취득했다. 민 교수는 특히 저출산, 경력단절
[김명환 기자 / 추동훈 기자 / 김연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