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국회 결산 심사를 현안 관련 정쟁의 장으로 몰아가면서 ‘예산결산 무용론’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가 국회 결산 심의에 따른 시정요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이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3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내놓은 ‘2014회계연도 결산 국회 시정요구사항에 대한 정부 조치결과 분석’이라는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회가 결산심사 과정에서 제기한 총 1812건의 시정요구 중 188건(10.3%)에 대해 정부가 조치를 완료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전체 시정요구 가운데 200건(11%)은 지난 3년 사이에 동일하거나 유사한 내용이었고 이중 62건은 3년 연속 시정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예산정책처 관계자는 “반복적으로 시정요구가 이루어지는 이유는 정부가 기존 시정요구에 대해 조속히 조치를 취하지 않았거나 조치가 미흡했기 때문”이라면서 “정부가 반복 시정요구를 줄이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정요구는 국회가 결산심사를 마친 뒤 정부를 상대로 제도 개선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지난 2010년 1107건에서 2014년 1812건으로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또한 정부가 조치 완료했다고 보고한 사항 중 38건은 국회의 시정요구를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관계자는 “국회의 시정요구 취지가 반영돼 실질적인 개선 효과가 발생한 경우에 한해 조치가 완료된 것으로 보고하는 등 조치결과 보고의 정확성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전년도 결산 시정요구 사항에 대해서만 이행여부를 보고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지난 4월 기준으로 2012년과 2013년 회계연도 결산시 시정요구한 각각 29건과 69건은 아직도 조치를 완료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가 요구할 경우 3개월내에 감사원이 감사를 착수해야 하는 규정도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2014회계연도 결산에서 국회는 ▲찜통교실 해소 대책 관련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집행실태 ▲군 면세유 사용과 공용차량 운용실태 ▲공적연금 운용실태 등 4건에 대해 감사를 요구했지만 이 중 ‘민생분야 행정처벌 기준 운용실태’만 제때 감사에 착수하고 나머지 3건은 기한을 지키지 못했다.
국회가 매년마다 지적하는 정부의 과다한 예산 이·전용도 도마에 올랐다.
예산 이·전용은 사업계획이나 여건의 변동에 따라 예산집행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제도이지만 국회 예산 심의권에 위배되는 측면이 있어 예산회계법에서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국가보훈처는 2015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보훈단체 관리·감독 부실에 따른 징벌적 조치로 기본경비 3400만원을 감액했으나 지방기관 명칭변경과 네트워크 통신비 증가를 이유로 4억 3000만원을 자체 전용해 집행했다. 방위사업청은
국회예산정책처는 “국회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심의 과정에서 국회가 감액한 사업에 대해 정부가 예산 이·전용을 통해 증액하고 집행하는 것은 국회의 예산 심사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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