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중 미군에 의한 양민학살 사건을 추념하는 ‘노근리사건 희생자심사 및 명예회복위원회’는 2012년부터 올들어 지난 13일 현재까지 단 한 번의 회의도 개최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1명의 직원과 지자체 파견 인력을 포함해 2명의 운영인력이 있고 각종 사업비 명목으로 올해 예산 7억 8000만원을 받아냈다.
사실상 활동이 종료된 이른바 ‘좀비 위원회’들의 예산낭비가 심각하다.
13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행자부 소관 위원회 34개의 평균 회의 개최 실적은 4.3회에 불과했다. 특히 올 들어 지난 5월말까지 단 한 번도 회의를 개최하지 않은 곳이 13개에 달했다. ‘노근리 사건 희생자 심사 및 명예회복 위원회’를 비롯해 ‘행정협의 조정위원회’, ‘자원봉사 진흥위원회’, ‘기부심사 위원회’, ‘옥외광고정책 위원회’ 등이 올해 한번도 회의를 열지 않았다. 올 들어 5월 말까지 단 한번 회의를 연 위원회도 ‘거창사건 등 관련자 명예 회복 위원회’와 ‘접경지역 정책 심의 위원회’ 등 5개였다.
그러나 각 위원회는 수 억원 단위의 예산을 지출하고 있다. 올해 7억2500만원 예산이 책정된 ‘거창 사건 등 관련자 명예회복 위원회’는 올들어 본회의 1회만 진행됐고 그 조차도 서면회의였다.
심지어 최근 몇 년 간 한 번도 회의를 개최하지 않아서 사실상 활동이 정지된 위원회에도 운영인력이 존재했다.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위원회’는 올해 한 번도 회의가 열리지 않았지만 운영하는 직원은 6명이나 되고 예산은 4억4946만원에 달했다.
활동을 하지 않는 위원회가 계속 유지되는 대표적 사례가 ‘5·18 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지원 위원회’다. 이 위원회는 2011년 이후 단 한 번의 서면회의 조차 하지 않았지만 운영인력 1명은 계속 남아 있다. 5·18 위원회가 폐지되지 않는 이유는 설치근거인 5·18민주화운동관련자 및 그 유족에 대한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 일몰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행자부 소관 위원회 중 설치근거 법령에 존속기한이 설정된 위원회는 34개 중 ‘지방자치발전위원회’ 1개 뿐이다. 나머지 33개 위원회는 회의 개최 실적이 있든 없든 계속 존속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국민혈세가 줄줄 새고 있는 셈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거창이나 노근리, 5·18 위원회 등의 경우 사실상 위원회의 기능은 끝났다”면서도 “법령에 설치 규정은 있지만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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