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이 패닉 상황에 빠졌다. 하나로 뭉쳐도 8년만에 정권탈환을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당이 두 동강 날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무슬림 비하’ 발언으로 논란을 자초하는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와 이를 대놓고 비판하는 당 지도부가 전면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공화당 골수 지지자들 일부는 트럼프 대신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을 찍겠다며 탈당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도 상·하원의원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트럼프와의 공동 유세를 거절하는 기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급기야 3일(현지시간)에는 당 지도부가 ‘트럼프 낙마’에 대비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가 흘러나왔다.
ABC 방송은 당의 주요 인사들이 트럼프의 기이한 행동에 좌절하고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면서 트럼프가 중도에 낙마하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할지에 대한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화당이 경선과 전당대회를 통해 공식으로 선출된 트럼프의 후보직을 강제로 박탈할 권한이나 장치도 없고 트럼프가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0’에 가깝지만, 만에 하나 그런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라 ‘플랜B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것이다.
만약 트럼프가 대선 본선을 완주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내부 규정상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위원 168명이 사실상 트럼프의 ‘대타’를 결정하게 된다.
물론 새로운 후보를 선출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연방 선관위 후보등록 절차 등을 감안하면 늦어도 9월 초에는 이런 작업이 시작돼야 한다는 게 당내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처럼 공화당이 물밑에서이긴 하지만 ‘트럼프 낙마’ 시나리오까지 검토하는 것은 그만큼 그를 둘러싼 당내 논란이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트럼프의 인종·종교·여성차별 발언을 둘러싼 당내 논란은 그가 대선 출사표를 던진 지난해 6월부터 계속 이어져 온 것이지만, 최근 무슬림 비하 발언을 계기로 다시 한번 증폭됐다.
무슬림계 미국인 변호사 키즈르 칸이 지난달 28일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에서 2004년 이라크전 참전 도중 자살폭탄테러로 숨진 아들 후마윤 칸 대위를 거론하며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 금지 정책을 비판하자 트럼프는
[디지털뉴스국]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