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17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지역으로 결정된 성주를 방문해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는 안전상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 장관은 이날 성주군청 5층 대회의실에서 사드배치 철회 투쟁위원회와 한 비공개로 진행된 주민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사드 배치 지역을 제3후보지로 조정하는 방안과 관련해) 의견을 모아주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간담회 앞서 한 장관은 인사말에서 “부지 발표 전에 성주군민에게 충분히 설명해 드리지 못하고 적극적으로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부족했던 점에 대해 거듭 죄송하다”며 “대한민국을 가장 넓게 방어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고려해 성주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드배치 결정은 날로 높아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주는 심각한 위협에서 우리나라 안위와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 자위적 조치”라며 “이러한 정부의 충정을 이해해달라. 국방부 장관으로서 국가 안위를 지켜야 하는 절박한 마음만은 받아주시길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투쟁위 이재복 대표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군민이 원하지 않는 사드 전자파를 성주에 두기로 한 지 한 달 6일째”라며 “그동안 요구해온 내용을 잘 알고 준비해오셨을 것이라고 믿고 잘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는 사드배치 평가표와 시뮬레이션 결과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국방부는 보안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설명자료로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장관 등 국방부측 인사와 성주 지역 인사들은 대회의실에서 비공개로 간담회를 가졌다. 성주 사드배치 철회 투쟁위원회는 여전히 사드 배치 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있어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는 어렵지만, 이번 만남을 계기로 대화의 물꼬가 트이는 것만으로도 중요한 성과가 될 것으로 국방부는 기대하고 있다. 국방부의 관계자는 “이번 방문이 양측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첫 걸음으로 본다”며 “만남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이날 성주로 이동할 때 KTX를 타고 동대구역에 내려 버스로 갈아타는 등 최대한 몸을 낮추는 모습이었다. 지난달 15일 황교안 총리와 동행 방문시 헬기를 타고 갔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방부 장관에게 제공되는 의전을 생략해 이날 간담회에서 좋은 인상을 남기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성주 주민들이 사드 배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 장관이 전용헬기로 편하게 성주에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사드배치 철회 투쟁위원 중 1명이 제3후보지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수인 투쟁위원회 기획팀장은 간담회 도중 군청 1층 현관으로 나와 주민에게 “투쟁위원 1명이 제3후보지를 언급했고 국방부 등이 반응을 보였다”며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투쟁위원이 제3후보지를 거론하는 상황을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간담회장을 나왔다”며 “현시점에서 투쟁위에서 사퇴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날 성주군청 앞에 있던 주민 이신권씨(47)는 “장관 방문 시 충돌 대비해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질서유지단에 속해있다”며 “평화적 시위를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성주주민끼리 자체적으로 질서유지단을 꾸렸다”고 말했다. 투쟁위 소속으로 이름을 밝히기 거부한 한 주민은 한 장관 방문으로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 “큰 기대는 없다”며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드 배치 관련 제3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롯데스카이힐 성주 골프장과 가까운 김천에서는 사드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김천 사드반대 대책위원회(가칭)와 주민 등 50여 명은 16일 오후 7시부터 2시간 동안 김천시∼성주군 경계인 김천시 농소면 노곡리 913호 지방도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였다.주민 등은 경운기 5대, 트랙터 1대, 짐차 10대, 승용차 5대로 913호 지방도를 막았다. 농소면 노곡리는 최근 사드배치 제3 후보지로 급부상한 성주군 롯데스카이힐 성주골프장과 인접한 곳이다.
이런 가운데 이날 마크 밀리 미 육군참모총장이 한국에 도착했다
[서울 = 안두원 기자 / 성주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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