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배치 지역을 경북 성주 성산리가 아닌 제3후보지로 변경할 가능성을 재차 언급해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방부는 18일 “성주지역 내라면 군사적 효용성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이는 군이 기존에 발표한 사드배치 부지인 성주 성산리의 성산포대로만 고집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 제3 후보지로는 성주군 초전면에 있는 롯데 스카이힐 성주골프장 인근 임야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군사적 효용성 외에 비용과 부대조성 기간 등의 변수가 있어 실제 사드배치 부지가 바뀔 지는 미지수다. 미국과 협의해 결정한 배치 지역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장 경북 성주지역 내 사드배치 논란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형국이다. 이날 성주 사드배치 철회 투쟁위원회와 군민 간 토론회에서는 ‘제3 후보지’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성주군청 1층 대강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군민들은 크게 사드배치 철회와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는 군민과 제3 후보지를 검토하자는 의견으로 갈라졌다. 사드배치 철회를 주장하는 군민은 “사드배치 결정 과정이 잘못인 만큼 이를 철회해야 한다”며 “다른 지역으로 돌려보내면 안 되고 한반도 평화를 지키기 위해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3 후보지 수용을 거론한 군민은 “더는 사드 논란에 빠지지 말고 제3 후보지를 수용해야 한다. 국방부에 제3 후보지를 결정하도록 통보하자”고 했다. 일부는 “많은 사람은 결국 님비라고 볼 수 있다.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민이 단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제3 후보지로 금수면 염속봉산, 수륜면 까치산, 초전면 롯데스카이힐 성주골프장 등이 거론됐다. 이 지역들은 성주군청에서 직선거리로 10㎞∼18㎞ 밖이어서 불과 3㎞ 정도 떨어진 성산포대보다 안전성에서 자유롭다. 모두 성주읍 북쪽 또는 북서쪽에 있어 레이더 전자파 영향에서 거의 벗어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군민과 투쟁위가 한 달 넘게 사드철회만을 주장한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대안론보다 철회 쪽에 무게감이 더 실린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더욱이 지금까지 투쟁위와 군민이 사드철회에 관한 토론과 학습을 해왔기 때문에 쉽게 생각이 바뀌진 않을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그렇지만 금기사항이던 대안론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 점에서 대안론이 점점 확산될 가능성은 크다.
재경성주군향우회는 이날 “국방부는 즉각 제3후보지를 선정해 발표하라”고 촉구했다. 이상희 전 내무부장관 등 향우회원 80여명은 경북 성주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성주가 느닷없는 사드배치 문제로 37일째 신음하고 있다. 군민 일상은 마비됐으며 급기야 주민 갈등이 관·민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여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한 성산포대 사드배치를 강력히 반대한다”며 “국방부 장관은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 대통령의 제3지역 검토지시를 적극수용해 즉각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는 성주군민이 제3후보지를 수용할 수 있도록 이에 상응하는 지역발전계획을 동시에 수립해야 한다”며 “김항곤 성주군수 또한 말이 없는 다수 군민 여론을 청취·수용해 소신 행정을 구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성주주민 일부가 제3후보지 선정 주장에 강하게 반발해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한 주민은 “지금까지 우리 입으로 제3후보지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제3후보지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제3후보지인 롯데스카이힐 골프장에서 가까운 김천에서는 사드 반대 목소리가 더 강해지고 있다. 김천시·김천시의회는 이날 롯데스카이힐 성주골프장에 사드배치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천시·김천시의회는 ‘롯데스카이힐 성주CC 사드배치 반대 공동성명서’에서 “김천시와 인접한 성주군 초전면 성주CC가 사드배치 제3 후보지로 거론돼 지역간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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