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무성에서 최고의 서유럽 전문가로 통했던 태영호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 가족이 탈북해 한국으로 온 사실이 지난 17일 확인되면서 태 공사의 신상과 가족 관계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태 공사가 지난 10년간 주재했던 영국 현지에서는 태 공사는 물론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었던 그의 가족에 대한 구체적인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일부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태 공사는 대사관에서 런던 및 인근에 정착한 탈북민들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북한인권·북한민주화 운동 양상을 파악하는 임무와 함께 대사관 내 사상교육을 담당하는 책임자인 당 ‘세포비서’ 직책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정부 안팎에서는 태 공사가 항일 빨치산 1세대이자 김일성의 전령병으로 활동했던 태병렬 인민군 대장(1997년 사망)의 아들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태병렬 대장은 현재 김일성종합대학 총장을 맡고 있는 태형철(61)의 아버지다. 만일 이같은 주장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태 공사는 태형철 김일성대 총장의 동생이 되는 셈이다. 태 공사의 부인인 오혜선 씨(50) 역시 김정일의 빨치산 동료이자 노동당 군사부장을 지낸 오백룡(1984년 사망)의 일가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오백룡 부장의 아들은 북한군 총참모부에서 부총참모장을 맡고 있는 오금철이다.
태 공사 부부의 가족관계에 대해서는 정부에서도 관련 첩보를 입수해 추가 확인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태 공사의 19세 차남인 ‘금’(Kum)이 영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인 ’레벨A’ 결과가 나오면 세계적 이공계 명문대인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에서 수학과 컴퓨터 공학을 전공할 예정이었다고 전했다. 영국 미러 지는 차남의 이름을 ‘금혁’(Kum-Hyok)이라고 보도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태 공사의 차남은 런던 서부 액턴에 있는 고교에 다니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과 메신저 ‘왓츠앱’을 즐겨 쓰고 농구를 좋아한 평범한 10대였다. 특히 학교에서 최고 성적인 ‘A*’를 받을 만큼 ‘수재’(brain)였다고 친구들은 전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태 공사의 프로필 소개에서 아내와 2남 1녀를 뒀다고 적었고, 기사에서도 “아내·세 아이와 함께 한국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BBC방송의 스티브 에번스 서울·평양 특파원은 태 공사의 아들이 영국 대학에서 평양을 세계적 도시로 만들려면 장애인 주차공간을 확충해야한다는 내용으로 공중보건경제학 학위를 받았다고 들은 바 있다고 소개했다.
태 공사는 당분간 국정원의 신변보호를 받으며 당국의 조사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탈북민은 하나원(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에서 지내지만 태 공사와 가족은 별도의 장소를 제공받을 것으로 보인다.
태 공사가 탈북한 북한의 최고위급 외교관이라는 점에서 그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북한 권력층 내부와 관련해 어떤 정보를 갖고 있
[안두원 기자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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