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 사흘째이자 한·일·중 외교장관 회담일인 24일 동해상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해 사실상 성공시키는 고강도 무력시위를 벌였다.
북한은 지난달 함경남도 신포 인근 해상에서 SLBM 1발을 발사했다가 고도 약 10㎞에서 폭발해 또 한 번의 실패를 맛봤다. 그러나 불과 한달 보름여 만인 이날 고각발사를 실시해 거리 2000㎞를 넘는 분명한 기술적 진전을 보이며 도쿄에 모인 한·일·중 외교장관들에게 골칫거리를 던졌다.
일단 북한이 굳이 24일을 택해 SLBM을 발사한 것은 한·일·중 외교장관이 모여 북한·북핵 문제를 주요하게 논의하는 이날 새벽을 택해 ‘충격요법’ 차원인 측면이 크다. 이는 북한이 주요한 주변국 외교일정이나 국경일에 맞춰 고강도 도발을 강행해 ‘헤드라인 뺏기(의제 선점)’을 노린 의도일 가능성이 높다. 또 이를 통해 한·일·중 협력테이블에 앉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으로 하여금 더욱 더 명확한 ‘피아 식별’을 요구한 항의성 무력시위를 벌인 측면도 있다. 앞서 북한은 리수용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중국 방문 당일인 지난 5월31일에도 예상을 깨고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바 있다.
북한은 기술적으로 진전된 SLBM 발사를 통해 한·미 훈련에 맞대응하기 위해서도 이같은 미사일 도발카드를 꺼냈을 공산이 크다. 특히 SLBM이 한·미가 한반도에 배치하려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회피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이날 발사실험은 북한에 중요한 전략적 의미를 가진다.
이와 함께 북한은 최근 태영호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 가족과 수학 영재 청소년 등 엘리트 계층의 탈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내부단속 차원에서 이같은 도발을 강행했을 개연성도 높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측의 SLBM 발사에 대해 “북한은 최근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관용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을 감안해 지금이 SLBM 발사 이후 국제사회로부터 특별한 제재를 받지 않을 적기라고 판단한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정 실장
[김성훈 기자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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