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텃밭인 대구·경북(TK) 지역의 당심과 민심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DD) 배치를 두고 극심한 균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드 배치 지역으로 결정된 경북 성주를 비롯해 김천시 등 인근 주민들이 강력 반발하며 탈당까지 불사하는 가운데 지난 4·13 총선서 ‘진박(眞朴)’을 자처한 TK지역 초선 의원들이 군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군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예상된다.
26일 대구 수성구 새누리당 대구시당에서 정종섭 의원 등 TK 지역 초선 국회의원 11명은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강행을 규탄하는 한편 사드배치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북한의 SLBM 시험발사는 유엔결의안을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로 동북아 평화안정은 물론 한반도 평화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으로 이와 유사한 도발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사드배치 관련해서는 “북한의 탄도 미사일과 SLBM 등으로 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조치인 사드배치와 관련하여 군통수권자와 군의 판단은 존중되어야 한다”며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정치권은 사드 배치로 인한 레이더 전자파와 소음에 지나친 우려는 과장되었다는 것이 밝혀진 만큼 국민 생명 보호와 사드 배치 당위성에 소모적 논쟁을 중단하고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날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11명 중 이전부터 정부의 사드배치에 찬성입장인 백승주·추경호 의원을 제외한 9명은 지난달 13일 국방부가 경북 성주 성산포대에 사드 배치를 공식 발표하자마자 사드배치 재검토를 촉구한 바 있다. 해당 의원들은 곽대훈 곽상도 김석기 김정재 이만희 장석춘 정종섭 정태옥 최교일 의원이다.
이들은 당시 경북 성주를 지역구로 둔 이완영 의원의 주도하에 “사드 배치 선정기준을 밝히고 해당 지역 주민들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야 한다”면서 “사드 배치지역에 대한 국책사업 지원 등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종합적인 대책을 세운 후 배치지역을 발표하라”고 목소리 높였다.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이 걸려있는 중차대한 국방 현안에 대해 초선 의원들이 불과 한달만에 입장을 번복해 논란을 가중시킨 셈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초선 의원들이 문제가 터지자 화들짝 놀라 서둘러 입장을 냈다가 지난 4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 등에서 정부와 당내 분위기를 감지하고 뒤늦게 발을 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성명서에 이름 올린 한 의원실 관계자는 “국무총리와 국방부 장관이 성주를 방문하고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제3지역을 수용한다고 입장을 밝혔다”면서 “김천에서 반발이 나는 것을 본질적인 문제로 봐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한편 ‘영남신공항’ 유치 불발로 한차례 정부와 새누리당에 실망한 지역 민심은 사드배치 결정에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날 백철현 성주군의회 의원 등 주민 10여 명은 새누리당 경북도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주지역 새누리당 당원 1151명이 집단 탈당한다고 밝혔다. 이미 성주군의회 새누리당 소속 의원 7명 중 4명이 탈당서를 제출한 바 있다.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사드 전자파의 피해가 일절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전문가를 초빙한 토론회를 연다”고 밝혔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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