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더불어민주당(더민주)이 27일 서울 잠실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차기 당대표를 선출한다. 대선 정국을 앞둔 상황에서 신임 당대표가 누구냐에 따라 향후 더민주 행보를 가늠할 수 있다.
더민주 전당대회에는 ‘5선’ 이종걸, 추미애 의원과 김상곤 전 새정치민주연합(더민주 전신) 혁신위원장이 출마했다. 추 의원과 김 전 위원장은 더민주 주류의 지지를 기대하고 있고 ‘비주류’ 이 의원은 호남을 중심으로 한 ‘비노·비문’ 세력 결집을 호소하는 모양새다.
이번 전당대회 관전포인트로는 김 전 위원장의 상승세, 온라인 당원, 호남 민심의 흐름이 꼽힌다.
전당대회 레이스에서 추 의원이 우위를 보이는 가운데 이 의원과 김 전 위원장이 막판에 추격하는 구도다. 최근들어 ‘김 전 위원장 상승세가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만큼 전당대회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 전 위원장 상승세의 배경에는 ‘친노 좌장’이자 더민주 현역 최다선(7선)인 이해찬 의원이 힘을 실어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더민주 관계자는 “지난 번 전당대회 컷오프 때 김 전 위원장이 통과한 것도 이 의원이 일부 지역표를 동원해 도와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더민주의 한 의원 역시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당시 경기도교육감이었던 김 전 위원장이 꺼내든 ‘무상 급식’ 키워드 덕분에 승리한 더민주 소속 지자체장들 사이에서는 김 전 위원장에 대한 평가가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원조 친노’ 입장에서 김종인 체제 동안 ‘우클릭’한 더민주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이 의원과 함께 ‘강성 진보’로 분류되는 김 전 위원장이 당권을 잡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만 이 경우 더민주 입장에서는 ‘친노(친노무현) 세력’과 ‘친문(친문재인) 세력’이 분리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전당대회 후보 가운데 우위를 점한 것으로 보이는 추 의원 주위에는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 시절 사무총장을 맡았던 최재성 전 의원, 문 전 대표의 ‘호위무사’로 평가받은 진성준 전 의원 등이 포진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추 의원 뿐만 아니라 서울시당위원장에 선출돼 최고위원에 오른 김영주 더민주 의원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더민주 관계자는 “문 전 대표 측 인사들이 김 의원 지지를 선언한 것은 친문 세력과 정세균계가 힘을 합쳤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친문과 친노가 지지하는 후보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김 전 위원장이 ‘친노 세력’ 지지를 등에 업고 기대 이상의 표를 쓸어모을 경우 친문·친노 사이에 냉기류가 흐를 수 있다. 범주류에 최악의 시나리오는 친문·친노가 각각 다른 후보를 지지하면서 ‘비주류’ 이종걸 의원이 어부지리로 당대표에 당선되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서울·인천·경기 지역위원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위력을 발휘한 ‘온라인 권리 당원’의 표심이 어디로 향하느냐 역시 승부를 가를 주요 요인이다.
3만 5000여명으로 추산되는 당원 더민주 온라인 권리당원은 지난 해 말과 올해 초 야권이 더민주와 국민의당으로 분리되는 과정에서 ‘문 전 대표를 지켜야 한다’는 목표와 함께 더민주에 입당한 유권자들이다. 더민주 전당대회 유권자 중 어느 집단보다도 높은 ARS 투표 응답률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이 어느 후보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전당대회 결과가 엇갈릴 수 있다.
다만 이들이 득세하고 온라인 권리 당원 ‘입맛’에만 맞는 발언을 하는 의원들만 살아남을 경우 ‘더민주에 강경파만 살아남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내부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야권 지지의 상징’ 호남 민심이 이번 전당대회에 얼마나 반영되느냐 역시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더민주에게 최고의 시나리오는 차기 당대표가 호남에서 다른 후보들보다도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당권을 거머쥐는 것이다. 이를 의식한 세 후보 모두 호남과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과시하며 호남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차기 당대표가 호남에서 높은 지지를 얻지 못하고 당대표에 선출될 경우 호남에서 느끼는 허탈감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호남에 기반을 둔 국민의당의 영향
한편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표로 출마할 때 이러쿵저러쿵 얘기를 하는데, 막상 대표가 돼 여러가지 현실을 감안하면 사고방식도 바꿀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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