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법정관리가 개시되면서 지역경제에 직격탄을 맞은 부산 지역 정치권이 연일 긴급간담회를 여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타이밍이 중요한 산업 구조조정이 지역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에 지연될 경우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제기돼 논란이 될 전망이다.
2일 새누리당 부산지역 의원들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한진해운 관련 새누리당 부산시당·금융당국 긴급간담회’를 열고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를 결정한 금융당국을 질타했다.
국회 정무위원장인 이진복 의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조선·철강·해운 업종의 어려운 점을 예견하고 청산이 아닌 구조조정을 하라고 지난 국회서 원샷법을 통과시킨 거 아니냐”면서 “왜 최악의 수순으로 가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 의원은 “조선업 구조조정보다 적은 금액으로 불을 끌 수 있는데 금융당국이 잘못된 결정을 하고 있다”며 우려했다.
부산지역 해운 업계는 한진해운에 3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만 있어도 숨통을 틔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세연 의원은 “보유하던 선박을 매각해 고액의 용선료 계약을 맺으면서 한진해운의 정상화가 더욱 어려워졌다”면서 “해운사업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채 금융당국이 무리한 부채축소방안을 추진하다보니 청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빠졌다”고 밝혔다.
배덕광 의원도 “지난 2014년 이후 재무제표를 보니 이미 부실화가 예견돼 있었고 금융당국이 조기경보시스템을 가동해 수년전부터 대책을 세워야 했다”며 금융당국의 안일한 대응을 비난했다.
금융당국이 법정관리를 결정하면서 한진그룹 오너 일가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준 거 아니냐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김정훈 의원은 “사재출연을 포함해 한진그룹이 내놓기로 한 5000억원도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낼 필요가 없게 됐다”면서 “우리 중 누군가가 그만한 돈을 내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새누리당 부산시당위원장인 이헌승 의원을 비롯해 유기준·이진복·김세연·김정훈·하태경·배덕광·유재중 의원 등이 참석했으며 금융당국에서는 임종룡 금융위원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나왔다. 이 자리에서 금융당국은 사실상 한진해운의 청산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전달했으며 부산지역 새누리당 의원들은 ‘한진해운 정상화 우선’ 입장을 고수해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간담회 직후 이헌승 의원은 기자와 만나 “정부가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 지원이 어렵다는 얘기를 계속 하고 있다”면서 “한진해운을 완전 죽인 다음에 현대상선과 합병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부산 지역 새누리당 의원들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절차 돌입으로 부산 지역 조선·항만 등 해운업 관련 업체들의 피해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전망되자 전날 해운업계 당사자들과 간담회를 여는 등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부산 국회의원들도 이날 오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사무실에서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한진해운 사태 관련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우조선·STX조선처럼 정치권의 입김 때문에 구조조정의 타이밍을 또다시 놓치는 거 아니냐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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