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잠룡들이 올해 추석을 앞두고 민생행보 강화에 나섰다. 정치권에선 세대와 지역이 뒤섞이면서 민심이 교차하는 추석은 대권 주자들에게 1차 ‘모의고사’의 성격을 지닌데다, 지지율 반등의 기회도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권 주자들은 이번 연휴를 통해 지역구 챙기기는 물론 강연이나 책 발간을 통해 거시적 어젠다 알리기에 힘을 쏟는 분위기다.
여권의 대표적 대권 주자인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추석을 맞아 지역구인 부산 중·영도구 복지시설을 방문할 예정이다. 최근 ‘격차해소’를 화두로 내세운 김 전 대표가 취약계층의 민심을 듣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그는 연휴 전날인 13일에는 지역 동료 의원들과 함께 부산역에서 귀성·귀향객들에게 명절인사도 올렸다. 최근 강연정치를 재개한 유승민 의원은 지역구인 대구동구을 내의 전통시장을 방문해 민생경제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 이와함께 이달 30일 모교인 서울대에서 여는 특강 내용도 연휴동안 준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서울 종로구에 ‘공생(공존과 상생) 연구소’를 열 오 전시장인 ‘오세훈의 생각’ 시리즈 두번째 책인 ‘왜 지금 공존과 상생인가’의 집필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종로구 당협위원장인 만큼 연휴기간 동안 종로구민과의 만남을 통해 지역구 민심 탐방에 나서는 것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모병제를 거시적 어젠다로 제시해 유승민·원유철 등 경쟁주자들과 장외전을 펼치고 있는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경기도의 대표적 취약계층 사업인 ‘행복 카셰어‘ 실시 현황을 직접 점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남는 시간에는 여러 책을 섭렵하며 그동안 내세운 수도 이전과 모병제에 이은 새로운 화두 발굴에도 힘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더민주)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 김부겸 더민주 의원 등 야권 잠룡들은 추석 연휴 직전 경북 경주 지역을 잇달아 방문하는 모습을 보였다. 상대적으로 여권보다 강세를 보이는 야권 잠룡들이 갑작스런 지진을 통해 ‘위기 대응’이라는 면모를 강조하려는 복안으로 해석된다.
김종인 전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역시 정부의 위기 대응 방식을 질타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지진 발생 후 8분간을 먹통으로 있었던 안전처의 문자시스템을 보면 세월호 때 겪은 ‘골든타임’의 중요성을 도대체 깨닫기나 한 것인지 의문이다. 사태 발생 2시간 후 겨우 총리 지시가 내려졌다니 세월호 구조작업이 한창일 때 대통령은 어디 계셨냐는 질타로 그 곤욕을 치루었던 경험이 벌써 무색한가 보다”며 정부에 날을 세웠다.
경주 방문과 함께 야권 잠룡들은 연휴 기간 동안 별다른 공식 활동 대신 지역구나 고향에 머물면서 정국 구상을 가다듬을 전망이다.
문 전 대표는 부인인 김점숙 여사와 함께 경남 양산 남부시장에 들러 추석 장보기에 나서며 시장 상인, 시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문 전 대표측은 “문 전 대표가 추석 당일에는 양산 자택에서 가족들과 함께 차례를 지내고 16일에는 부산지역 시민사회 인사들과 함께 지역 원로를 찾아 인사를 드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차기 대선에 PK(부산·경남) 출신 대권 주자들이 대거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부산 민심을 다지며 대선을 향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안 전 대표는 경주 방문을 마친 뒤 연휴 기간에는 부산 본가와 전남 여수에 있는 처가에 다녀온다는 계획이다.
김부겸 의원 역시 지역구에 머물며 민심 다지기에 나선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지역구에 머물면서 다문화 가정 행사에 참석한 뒤 경북 상주에 위치한 선산을 찾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20대 총선에서 지역 구도를 허문 것이 김 의원의 가장 큰 무기인만큼 자신의 기반인 TK(대구·경북) 지역 민심을 다져 대선 행보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산이다.
이들의 킹메이커를 자처하는 여야 3당 대표는 추석 연휴 민심 얻기에 나섰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13일 서울 마장동 축산물시장, 서울 중구 여명학교 등을 방문했다. 이날 이 대표가 찾은 여명학교는 탈북 청소년의 중·고교 과정을 도움으로써 성공적인 사회 정착을 돕는 곳이다. 더불어민주당(더민주)과 국민의당은 경쟁이라도 하듯 서울 용산역을 찾아 ’귀성인사‘에 나섰다. 추미애 더민주 대표는 이날 오전 전해철 양향
[김명환 기자 /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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