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회의장이 지난 23일 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를 위해 국회 의사일정(본회의 차수·안건)을 변경한 것을 놓고 새누리당은 25일 “역대 최악의 불량 심판”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여당은 정 의장 사퇴 없이는 국회 일정을 거부하겠다고 배수진까지 쳤다. 정 의장은 지난 2일에도 국회 개회사 중립성 여부에 대해 새누리당과 충돌한 바 있다.
지난 23일 열린 본회의에는 대정부질문,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정부지원 촉구 결의안,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등 3건이 안건으로 올라와 있었다. 여당의 지연 전략으로 대정부 질문이 밤 12시까지 이어지자 정 의장은 자정 이후에도 본회의를 열어놓을 수 있도록 차수를 변경했다. 안건 순서도 김 장관 해임건의안을 평창올림픽 결의안보다 먼저 논의할 수 있도록 수정했다.
여당은 “정 의장이 여야 교섭단체와 협의를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국회 의사일정을 변경했다”는 입장이다. 국회법 제77조는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협의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의장은 회기 전체 의사일정의 일부를 변경하거나 당일 의사일정의 안건 추가 및 순서 변경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 의장 측은 23일 밤 11시 40분께 회기일정 변경안과 당일 의사일정안을 작성해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협의했다고 주장했지만, 새누리당은 “종이 한 장 보내 통보한 것은 협의가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김명연 새누리당 원내수석대변인는 “정 의장이 운영하는 국회 일정에 동의할 수 없다”며 의사일정 전면 거부를 시사했다. 새누리당 일각에선 정 의장을 검찰에 ‘직권 남용 및 권리행사 방해죄’로 고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국민들게 불편함을 끼치지 않는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반면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당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에게 협의를 하자고 했으나, 정 원내대표는 뿌리치면서 협의에 응하지 않았다”면서 “거부한 사람이 협의 안 했다고 의장에게 항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사무처는 “정 의장이 헌법과 국회법 규정에 따라 진행했다”며 “당일 의사일정은 그날만 효력이 있으니 24일 본회의 의사일정은 23일 의사일정에 구속받지 않고 국회의장이 순서를 정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정 의장은 이번달 초 국회 개회사에서 사드(THAAD) 배치 문제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거취 등 예민한 사안을 언급하며 새누리당으로부터 ‘중립성 위반’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새누리당은 국회의장 집무실을 점거하는 등 강공에 나섰다. 새누리당은 “이번에는 끝장을 봐야 한다”며 불만이 폭등하는 분위기다. 개회사 중립성 논란 당시와는 다르게 단순한 사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23일 밤부터 24일 새벽까지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 줄을 이었다. 언성을 높이며 싸우다가도 ‘황당한’ 일이 발생하면 회의장은 여야 구분 없이 웃음바다로 변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좌석에 앉아 있던 야당 의원의 지적에 “네”라고 답하자 질문자인 이우현 새누리당 의원이 “왜 남의 질문에 답변을 하나”라고 버럭 화를 냈다. 이후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나왔고, 이 부총리와 정 의장 또한 웃음을 참지 않았다.
긴박한 상황을 핸드폰으로 촬영하기 바쁜 의원들도 적지 않았다. 표창원 더민주 의원의 경우 SNS에 실시간으로 영상을 공
[김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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