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장·차관 워크숍에서 나온 박근혜 대통령 발언의 키워드는 크게 두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야당의 근거없는 정치공세에 절대 굴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자세다. 미르·K스포츠재단을 둘러싼 의혹,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논란 등 야당이 정치쟁점화를 시도하고 있는 민감한 현안들에 대해 ‘정면돌파’ 의지를 다졌다. 이 과정에서 지난 4월 총선 이후 처음으로 야당을 향해 ‘돌직구’를 날리기도 했다.
둘째는 노동·교육 등 개혁과제 완수 의지다. 박 대통령은 이를 두고 ‘기적의 드라마’라 표현했다. 여소야대 국회 등 상황이 매우 녹록치 않지만 신발끈을 동여매고 끝까지 노력해 ‘기적을 일구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워크숍 모두발언에서 “비상시국에 굳이 해임건의의 형식적 요건도 갖추지 않은 농림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유감”이라며 수용 불가 방침을 시사했다. 25일엔 여기서 한발 더나아가 “김 장관은 임명된지 한달도 채 되지 않았고 인사청문회때 제기된 의혹이 모두 해소됐다는 점을 감안해 해임건의를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더욱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단순히 ‘수용 불가’를 시사하는 것을 넘어 아예 못을 박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무리 여소야대 국회에서 협치가 중요하다곤 해도 야당의 정치공세가 도를 넘으면 곤란하지 않느냐. 참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며 “야당이 단독 처리한 김 장관 해임건의안에서 그 어떤 타당성이나 합리성을 찾기 어려운 만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처럼 해임건의안을 수용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면서도 “최근 일부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와 부적절한 언행은 국민의 가슴에 큰 상처를 남기고, 전체 공직사회에 대한 인식까지 부정적으로 만들었다”며 따끔히 질책하기도 했다. 스폰서 검사와 나향욱 전 교육부 국장의 ‘개·돼지’ 발언과 함께 김재수 농림부 장관이 페이스북에 올린 ‘흙수저’ 글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해임건의안과 비슷한 맥락에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미르·K스포츠재단이나 우 수석 논란도 근거없는 의혹 제기에 불과하다는게 박 대통령 생각이다.
박 대통령은 워크숍에서 “나는 지난 3년 반 동안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한시도 개인적인 사사로운 일에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이는 ‘퇴임후’를 생각해 미르·K재단을 만들어 대기업들로부터 강제로 돈을 모은 것 아니냐는 야당 주장과 일부 언론보도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한 참모는 “두 재단이나 우 수석 관련 논란 역시 야당이 전혀 근거를 대지 못한 채 오로지 의혹제기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두 재단의 경우 의혹의 핵심은 청와대가 대기업들을 상대로 자금 출연을 강제했느냐 여부와 대통령 측근들의 재단 출연금 유용 여부인데, 확인 결과 둘다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돼 박 대통령이 단호하게 ‘근거없는 비난’이라고 정면 대응에 나서게 됐다는 설명이다.
박 대통령은 이같은 정치공세에 정면돌파 의지를 나타내면서 야당을 향해 공격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워크숍에서 박 대통령은 “나는 요즘 우리나라 상황과 또 우리 국민들 어려움을 생각하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막중한 일들을 꼭 해내야만 한다는 그런 절박한 심정”이라며 “일각이 여삼추가 아니라 삼추가 여일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조급한 마음이 드는데, 우리 정치는 시계가 멈춰선 듯 하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민생의 문제보다는 정쟁으로 한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며 “경제와 민생을 살리고 개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안들은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 파업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금융노조는 총파업으로 은행 업무에 혼란을 가중시키려 했고, 다음 주에는 철도노조 등 다른 노조도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가뜩이나 나라가 어려운데 이런 행동들은 우리나라 위기와 사회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쓴소리를 냈다.
하지만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더라도 더 힘을 내자고 박 대통령은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워크숍을 계기로 다시 한번 신발끈을 동여매고, 어떤 일이 있어도 흔들리지 말고 국민을 위해 뛰자”며 “혼신을 다해서 다시 한번 기적의 드라마를 써나가자”고 독려했다.
[남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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