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수 농림축산식푸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통과로 여야간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26일 열리는 국정감사가 시작부터 파행을 겪을 전망이다. 이번 국감은 내년 대선을 앞둔 상황인데다 20대 국회 첫 국감인 만큼 격렬한 주도권 다툼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국정감사가 ‘ 반쪽 국감’으로 전락하고, 여야간 정치적 공방으로 향후 예산안 및 법안 심사까지 줄줄이 멈춰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새누리당은 국정감사 일정에 대해 전면 보이콧 방침을 밝히는등 강하게 맞섰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해임안 처리는) 야당의 대선전략으로 대통령을 무너뜨리고 레임덕을 초래한다”며 “국정운영이 잘못됐다고 내세워 정권교체하려는 상식적으로 이해될 수 없는 것”이라고 야권을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26일 오전 8시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긴급 중진회의를 여는 한편 오전 9시에는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당 지도부의 강경 방침에 대해 뜻을 모을 예정이다.
김재수 장관 해임안 통과에 따른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힌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도읍 새누리당 수석원내부대표는 “(정 원내대표는) 모처에서 몸을 추스리고 있고 지금 상당히 아프다”면서 “말씀하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정현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진석 원내대표의 사퇴는 없다”면서 “(해임안이 통과된 날) 우리 의원들이 의총에서 지금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더 분명하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달라고 뜨거운 박수로 전폭적인 재신임을 했다”고 밝혔다.
반면 야권은 국정감사를 야당 단독으로라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야 3당 원내대표는 오늘 오전 전화통화를 해서 설사 집권당이 국정감사를 보이콧하더라도 예정된 일정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상임위별로 진행되는 국정감사에서는 상임위원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상임위원장이 회의를 시작하지 않으면 상임위 자체가 열릴 수 없고 국감도 불가능하다. 이때문에 더민주는 야당이 위원장 직을 차지한 상임위는 정상적으로 국감을 수행하되, 여당 몫 상임위에서는 일단 국감이 열릴 때까지 대기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그러나 국회법은 상임위원장이 의사진행을 거부·기피할 경우 위원장이 속하지 않은 정당 중 가장 의석수가 많은 당의 간사가 직무를 대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이 위원장 직을 맡은 모든 상임위에서 더민주 소속 간사가 직무를 대행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여당 소속 상임위원장이 (국감을) 개회하지 않으면 사회권을 국회법에 따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더민주 주도로 단독으로 국감을 진행할 경우 ‘거야 폭주‘라는 비난 여론이 쏟아질 수 있어 야당도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우 원내대표도 “우리는 정치하는 사람 아닌가. 현재까지는 그런 방식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여당이 국정감사에 참여한다고 해도 정기국회 일정은 첩첩산중이다. 이번 국감에서 파괴력이 큰 이슈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만큼 야권을 중심으로 폭로와 의혹 제기도 이어질 전망이고 여당의 반발로 국회가 또다시 ‘올스톱’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가장 큰 의혹은 미르·K스포츠 재단 모금 과정에서 비선실세인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이 개입됐다는 의혹이다. 더민주는 의혹 규명을 위해 당내 태스크포스(TF)까지 만든 상황이다.
법사위에서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처가 강남땅 매매 의혹’과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문제가 불거질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오후 갑자기 이 전 감찰관의 사표를 수리해 이 전 감찰관이 국감에 기관증인으로 출석할 수 없게 되면서 법사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꼼수 경질’이라고 잔뜩 벼르고 있다.
기획재정위, 정무위, 산업자원위 등 경제 관련 상임위에서는 더민주 김태년·홍익표 의원과 국민의당 김성식 채이배 의원 등 ‘공격
외통위·국방위에서는 북핵·사드 문제로 여당이 공세를 취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여당을 중심으로 햇볕정책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우제윤 기자 / 안병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