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해석이 모호한 상황에서 제 자신이 ‘판례’가 되진 말아아죠. 당분간 식사는 물론 커피 한잔도 조심할 생각입니다.”
오는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공직사회가 잔뜩 움츠러들고 있다. 가히 ‘동면’ 태세다. 심각한 불법행위보다는 사소한 부주의가 법 위반으로 이어질 경우, 법 시행 초반 ‘시범 케이스’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시행초기 일벌백계 타깃이 되기 쉬운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벌써부터 민원인들과의 접촉 자체를 꺼리는 등 경계심을 한껏 드러내고 있다. 점심이나 저녁 약속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외부인을 사무실로 불러 따로 만나는 것조차 꺼리는 분위기다.
한 국토교통부 1급 공직자는 “28일 이후는 단 한 개도 외부약속을 잡지 않았다”며 “연락을 주는 지인들에게도 당분간 만남이 어렵다며 일일이 양해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 소속 한 국장도 “자주 보는 의원이나 보좌관들에게 다음부터는 ‘더치페이’를 해야 할 듯 하니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미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등 주요 부처들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김영란법과 관련한 강력한 ‘정신교육’을 끝냈다.
특히 기재부는 아예 김영란법을 주제로 한 휴대전화 통화연결음(컬러링)을 제작해 직원들에게 배포했다. 업무 특성상 모든 부처·산하기관과 ‘직무 관련성’이 있어 가장 광범위한 제재가 불가피한 기재부 입장을 외부에 정확하게 알리기 위해서다. 박춘섭 예산실장이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는 후문이다.
외국인 접촉이나 외교행사가 많은 외교부도 별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외교관 대상 교육을 진행 중이다. 외교활동 관련 공식행사인 경우 외교관을 비롯한 공직자가 외국 정부로부터 3만원 기준을 넘는 음식물을 제공받을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가기준을 준수하도록 했다. 또한 한국에서 나온 대표단에 대한 차량지원이나 통역 지원도 실비를 대표단이 부담토록 할 방침이다.
민원인과의 접촉이 상대적으로 많은 지방자치단체들도 김영란법 시대 생존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의 경우에는 민원인에게 식사대접을 하거나 받는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구내식당 식권을 제공하는 ‘청렴식권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란법은 국정감사장의 풍속도까지 바꿔놓았다. 올해 국정감사는 김영란법 시행 이틀 전인 26일부터 시작해 10월 중순까지 이어진다.
식사 제공부터가 문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사교나 의례 목적으로 3만원 이하의 음식을 대접할 수 있지만, 국감 기간 의원들과 피감기관은 뚜렷한 직무 관련성이 있는 만큼 사교나 의례의 목적으로 볼 수 없다는 해석을 내놨다. 이 경우 통상 국회가 아닌 곳에서 현장 국감이 진행될 경우 피감기관이 관행적으로 제공해온 구내식당 식사조차도 위법이 된다.
이에 따라 국회 사무처도 감사관실을 중심으로 최근 ‘국정감사 대응기준’을 각 상임위원회에 발송했다. 감사관실은 피감기관으로부터 식사를 비롯한 편의를 받지 말고, 차량 임차비
[전정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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