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파행이 나흘째 계속되는 가운데 정치권이 민생과 안보 문제 해결이 시급한 상황에서도 마주 보고 달리는 폭주기관차처럼 ‘치킨게임’ 을 계속하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전직 국회의장 출신 정치 원로들은 갈등 해결을 위한 대화를 촉구하며 정치권의 자성을 주문했다.
29일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하루 이틀 간 냉각기가 있겠지만 여야가 인내심을 갖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김 전 의장은 “그래도 포용력을 갖고 국회의장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권력을 쥔 사람이 먼저 기를 쓰면 분위기가 이상해진다”며 정 의장의 통 큰 결정을 요청했다
다수의 전직 의장들은 과거와 달리 여야가 대화채널마저 닫아놓은 유례없는 상황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국회의장은 “지금의 여야 상황은 관여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모두 한심하다”고 밝혔다.
야당 출신 전직 국회의장들은 국회를 바라보는 청와대의 근본적인 태도가 잘못됐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내가 생각할 때 만사의 원인이 국민과 국회를 대하는 대통령의 정치 태도”라고 밝혔으며 임채정 전 국회의장도 “지금 상황이 청와대 관계라든가 이런저런 이유로 안풀리는 것 뻔히 알지 않나”라고 답했다.
정치 원로들마저 고개를 저을 정도로 복잡하게 꼬인 정국에서 여야는 이날도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전날 이정현 대표가 국감 복귀 선언을 했다가 의원총회에서 이를 번복하면서 오히려 대야(對野) 투쟁이 강경해지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국회의장의 중립 의무를 완전히 명문화하는 ‘정세균 방지법’이 가장 급하다”면서 “현재 국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법 20조에 규정된 국회의장 당적 소유 금지 조항을 강화해 구체적인 중립 의무를 법으로 못박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김형오, 정의화, 강창희 전 의장 등 선배들이 우리에게 욕을 먹어 가면서도 국회법을 중시하고 여야를 조율시키고 그렇게 협치를 이끌었다”며 “선배 의장들이 의회주의 질서를 쌓아온 것을 (정 의장이) 깡그리 부셔버렸다”고 강력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도 이 대표와의 동조단식에 들어가는 한편 소속 의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국정감사 활동비 반납 및 수령 거부방침을 전달하며 장기전을 예고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정 의장을 권한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국회의장이 형사고발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또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도 청구했다. 재선 의원 10여명은 이날 아침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의장공관을 항의방문했으나 정 의장이 미리 떠나면서 험악한 장면은 연출되지 않았다.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국감 불참중인 새누리당을 비난하면서도 냉각된 정국을 풀기 위한 해법에서는 온도차를 보였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의 우왕좌왕 행보에 온 국민이 다 혼란에 빠졌다”면서 “집권당 대표가 국감 복귀를 선언하고, 3시간 만에 강경파의 독선과 고집으로 그 결정이 뒤집히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비난했다. 이어 “정치가 장난이냐. 오늘도 더민주는 기다리겠지만, 언제까지 기다릴 수 없다는 점을 말씀드린다”며 압박했다.
반면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국감 정상화하려면
[정석환 기자 / 안병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