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두번째 대국민 사과는 국정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씨에 대한 사죄와 해명이 주를 이뤘다. 최순실 씨를 곁에 둔 것이 본인의 불우한 성장과정에서 비롯된 자신의 실책이며, 앞으로도 사사로운 인연을 완전히 끊고 살겠다고 다짐했다.
4일 박 대통령이 최순실 파문 관련 두번째 대국민 사과를 이어가면서 ‘최순실’ 실명을 세 번 언급했다. 역대 대통령 최악의 지지율까지 떨어진 상황이 최순실 게이트에서 비롯됐기에, 그에 관한 발언을 할 때 가장 감정이 복받치는 모습이었다.
박 대통령은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먼저 이번 최순실씨 관련 사건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실망과 염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며 대국민 사과를 시작했다. 대한민국을 집어삼킨 이번 파문을 스스로 ‘최순실 씨 관련 사건’으로 정의한 셈이다.
이어 박 대통령은 “어제 최순실씨가 중대한 범죄혐의로 구속됐다”며 최순실씨를 둘러싼 온갖 의혹들이 법적으로도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인정했다. 이날 박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특검을 포함한 검찰수사를 수용키로 한 것도 이런 심각한 상황인식에 따른 것이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씨에 대해 “제가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곁을 지켜줬기 때문에 저 스스로 경계의 담장을 낮췄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돌이켜보니 개인적 인연을 믿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나머지 주변 사람들에게 엄격하지 못한 결과가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부터 가장 큰 장점으로 여겨졌던 ‘공평 무사’에 대해 스스로 그 철칙이 무너졌음을 인정한 셈이다.
박 대통령은 “저 스스로를 용서하기 어렵고 서글픈 마음까지 들어 밤잠을 이루기도 힘이 든다”며 뒤늦었지만 뼈아픈 자책을 했다.
박 대통령은 “저는 청와대에 들어온 이후 혹여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염려하여 가족 간의 교류마저 끊고 외롭게 지내왔다”며 “홀로 살면서 챙겨야 할 여러 개인사들을 도와줄 사람조차 마땅치 않아서 오랜 인연을 갖고 있었던 최순실씨로부터 도움받게 됐고 왕래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공식석상에서 자신의 외롭고 불우한 인생사를 털어놓으면서, 최순실 씨와의 각별한 관계를 감정에 호소해 해명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동안 경위에 대해 설명해 드려야 마땅합니다만 현재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일일이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박 대통령은 “이미 마음으로는 모든 인연을 끊었지만, 앞으로 사사로운 인연을 완전히 끊고 살겠다”는 다짐을 했다. 사실상 유일한 사적 관계라 볼 수 있는 최순실 씨 일가와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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