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중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공식 선언함에 따라 한국은 중미 6개국과 동시에 FTA를 체결한 첫 아시아 국가가 됐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6일(현지시각) 니카라과 수도인 마나과에서 6개국 통상장관과 한·중미 FTA 협상이 실질적으로 타결됐다고 밝혔다.
니카라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코스타리카, 파나마 등 5개국은 모든 협정 24개 챕터에 합의했다. 다만 과테말라는 시장접근, 원산지 등 일부 민감한 분야를 이번 타결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번 협정으로 우리나라는 자동차, 자동차 부품 등 주력 상품과 중소기업 품목에서, 중미는 열대과일과 커피 등에서 수출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정국이 어지러운 가운데 국회 비준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상황이라 발효까지는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상품 부문에서 우리나라와 과테말라를 뺀 중미 5개국은 모두 전체 품목 수의 95% 이상(수입액 기준 98∼100%)에 대해 즉시 또는 단계적 관세 철폐를 약속했다. 우리나라는 커피, 원당(설탕), 열대과일(바나나, 파인애플, 망고) 등 중미 측 주요 수출품목에 대해 즉시 또는 단계적 관세 철폐를 약속했다. 개방 정도는 한·콜롬비아, 한·페루 FTA 수준이다.
중미 측은 자동차, 철강, 합성수지 등 우리 주력 수출품목에 대한 장벽을 대폭 낮췄다.
자동차 부품(기어 박스, 클러치, 서스펜션 등), 화장품, 의약품, 알로에 음료, 섬유 등 우리 중소기업이 주로 생산하는 품목에 대해서도 즉시·단계적 관세 철폐에 합의했다.
서비스·투자 부문에서도 높은 수준의 개방에 합의했다. 특히 투자의 경우 내국민 대우, 최혜국 대우, 이행요건 금지 등 투자 자유화 원칙을 규정했고 체계적인 투자자·국가분쟁절차(ISDS)에 합의하는 등 강도 높은 투자자 보호 규범을 확보했다.
영화, 음악 등 한류와 관련된 우리 측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보호 규범도 합의 내용에 포함했다.
이번 협정으로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 미가입국인 중미 국가들의 정부 조달 시장도 개방돼 우리 기업이 해당 국가의 에너지, 인프라, 건설 등의 분야로 진출할 길이 열렸다.
무역협회는 “아직 중미와 중국, 일본 등과의 FTA 논의는 없는 만큼 중미시장에 대한 선점 효과가 기대된다”며 “특히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타이어), 철강·건설 장비, 건강음료(알로에 주스) 등 수입 수요 확대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FTA를 활용한 중미 6개국과의 경제 협력과 우리 업계의 진출 확대를 위해서는 현지의 치안 불안·불투명한 금융환경 개선, 부정부패 해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주 장관은 “최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미국 대선 과정에서 발생한 무역 반대 정서에도 한국과 중미 6개국은 비교적 짧은 시간 내 높은 수준의 포괄적 FTA를 체결했다”며 “성장잠재력이 높은 중미 국가들과 FTA를 체결함으로써 중미시장 선점과 진출을 위한 전략적 교두보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중 서명하고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지만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정국이 혼란한 상황이라 국회
정부 관계자는 “통상 국회 협상안을 제출하면 숙려기간과 상임위 심의를 거쳐 본회의에서 통과하기까지 빠르면 4~5개월이 걸린다”며 “그러나 협상마다 상황이 달라서 행정부로서는 언제 비준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이명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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