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이후 월북자 가운데 북한에서 가장 최고위급 반열에 올랐던 류미영(95·사진) 북한 천도교청우당 중앙위원장이 지난 23일 폐암으로 사망했다.
24일 조선중앙통신은 “류미영 선생은 민족의 융성 번영과 조국의 자주적 통일을 위해 헌신하여온 애국적인 정치활동가”라며 “남조선과 해외를 방황하다가 남편 최덕신 선생과 함께 공화국에 영주하여 보람있는 삶을 누렸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고인의 시신이 평양시 보통강구역 서장회관에 안치돼 있으며 발인식은 오는 25일 오전 8시에 열린다고 밝혔다.
이날 통일부는 남한에 거주하는 류 위원장 차남의 방북 신청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인도적 대북지원이나 남북교류를 목적으로 한 단체가 아닌 개인 차원의 방북을 승인한 것은 지난 2010년 천안함 사태 이후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관계자는 언론 브리핑에서 “류미영의 차남이 모친이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방북 신청을 했다”며 “이산가족 상봉과 인도주의 차원에서 지난 19일 승인했다”고 밝혔다. 현재 류 위원장 차남은 베이징을 거쳐 방북했고 발인식이 끝나는 이달 25일 이후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그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을 때에도 방북을 승인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어느 정도) 고려가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류 위원장은 슬하에 2남 3녀를 뒀는데 장남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세 딸은 해외에서 거주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통일부 관계자는 “류미영의 차남의 방북 건은 다소 이례적인 경우”라며 “이번 방북승인은 인도적 목적에 초점을 둔 것이고 이를 계기로 정부의 대북정책이 전향적인 방향으로 흐를 것이라고 전망하긴 다소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23일 사망한 류 위원장의 가족사는 분단과 대립으로 일그러진 한국 현대사의 질곡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류 위원장은 지난 1921일 만주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임시정부 시절 광복군 총사령관을 지난 류동열 씨다.
류 위원장은 1937년 당시 중국에서 광복군으로 활동했던 최덕신 전 천도교 교령과 결혼했다. 최 전 교령은 6·25 전쟁 당시 야전사단장으로 참전했다. 또 지리산 무장공비 토벌작전에도 참여했고 1953년 휴전협정 조인에 관여했다. 최 전 교령의 아버지 역시 독립운동가로 활동했던 최동오 화성의숙 교장이다.
최 전 교령은 1956년 육군 중장으로 예편해 주베트남 공사와 외무부 장관, 주서독대사와 천도교 교령 등을 역임했다. 이후 그는 박정희 대통령과의 불화로 부인인 류 위원장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갔고 이때부터 북한을 수차례 방문하는 등 친북 행보를 지속하다 1986년 월북했다.
그해 북한에서 영주권을 취득한 류 위원장은 남편인 최 전 교령이 1989년 사망한 후 조선천도교회 중앙지도위원회 고문과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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