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에겐 ‘30시간의 법칙’이란 조롱이 따라다녔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강성 발언 후 30시간이면 뒤로 물러선다는 얘기였다.
이번엔 달랐다. 지난 23일 ‘대선 불출마 선언’이라는 배수진을 치고 탄핵에 앞장선 것이다.
사석에서 “박근혜와 엮이면서 내 정치인생이 꼬였다”고 한탄했던 그가 드디어 박 대통령과의 애증 관계에 종지부를 찍은 셈이다.
24일 기자와 만난 김 전 대표는 “큰 일을 하면 먼저 자신을 비워야 한다. 좀 두고 봐라”라고 말했다. 탄핵 다음의 행보에 대해선 “지금은 탄핵이 급하다. 당내 의견을 서둘러 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큰 짐을 내려놓은 듯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김 전 대표가 불출마 카드를 결심한 것은 지난 22일 오후였다. 참모진을 불러모은 자리에서 ‘통보’했다. 이날 오전 정치적 스승인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1주기 추모식에 다녀온 길이었다. 앞서 김 전 대표는 탈당을 권유하는 소수 측근과 때를 기다리자는 다수 측근 사이에서 흔들렸다. 한편으론 최경환 의원과 만나 친박·비박이 섞인 중진 6인회를 만들기로 하는 등 당 수습에도 다리를 걸쳤다.
그랬던 그가 불출마를 선택하자 일부 참모는 강하게 반발했고, 대통령 만들기에 나섰던 의원들도 23일 밤 늦게까지 통음하며 안타까워 했다는 후문이다.
한 측근 전직 의원은 “(발표 전날)2시간 동안 얘기하며 비워야 보수세력을 채우든 뭘 채우지 않겠냐고 결론을 냈다”며 “무대(김 전 대표 별명)에게 더 역할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새누리당을 벗어나 보수 진영 전체를 합하는
한 측근 현직 의원은 “말려도 듣지 않았다”며 “그게 무대 스타일이고 이제 분권형 개헌을 보고 가는 것”이라고 했다. 개헌을 통해 김 전 대표의 새 역할을 찾겠다는 얘기다.
[신헌철 기자 /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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